[정전 60년]참전용사 "잊지말아야 할 전쟁이 잊혀지고 있다"

최선 기자I 2013.06.25 07:30:00
인터뷰에 응한 원종욱 옹(사진 왼쪽)과 엄정순 옹.
[이데일리 최선 기자] 거동이 불편한 몸, 어눌해진 어투. 세월은 이들을 빗겨가지 않았다. 하지만 60년 전 스무살 청춘에 겪었던 전쟁의 상처는 주름살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생생하다. 경기도 과천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6.25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원종욱(82·사진 왼쪽)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스물 두 살의 나이로 백골부대의 소대장을 맡았다. 인민군과 국군이 한 데 얽혀 육탄전을 벌이고,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어 붙이는 상황에서 부하와 동료들은 하나둘씩 산화해갔다. 중대원의 3분의 2를 잃기도 했다. 그는 “군인들은 슬퍼할 새 없이 서로를 기계적으로 죽이고 죽었다”며 “죄 없는 민간인도 셀 수 없이 죽어갔다. 전쟁은 우리의 부모, 형제, 자식, 배우자를 앗아갔다”고 말했다.

엄정순(83·오른쪽) 할머니는 ‘전쟁은 살인마’라고 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국군이 압록강과 두만강 인근에 주둔할 때 우리 군의 통신병으로 참전했다. 밤낮없이 모스신호기와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인민군과 국군이 죽고 죽이는 전쟁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이들은 6.25전쟁이 잊혀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젊은이들이 6.25전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모습에 개탄했다.

원 할아버지는 “북침과 남침을 헷갈려 한다는 소리도 있던데, 그만큼 교육이 확실히 안 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국가가 제대로 가르치고 젊은이들이 관심 있게 배워야 또 다른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엄 할머니는 “전쟁은 불과 60년 전의 일”이라며 “우리민족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역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25 참전군인 중 생존자는 17만 7500여명. 엄 할머니는 “10년 뒤면 대부분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며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때 남과 북이 갈등과 위협을 멈추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잊혀져서는 안 될 전쟁이 잊혀지는 현실에 참전용사들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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