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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개성에 제작센터 만든다

오마이뉴스 기자I 2003.10.10 07:40:23

윤세영 회장, 방북중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에 제안

[오마이뉴스 제공] 육로평양관광단과 함께 평양을 3박4일간 방문하고 9일 오후 돌아온 윤세영 SBS 회장이 방북중 개성에 SBS 제작센터를 세우는 문제를 북측과 협의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함께 방북했던 SBS(034120)의 한 관계자는 9일 "윤 회장이 북측의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개성에 SBS 제작센터를 세웠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이는 SBS가 대북방송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SBS관계자는 또 "평양에 세워진 류경정주영체육관을 활용하기 위해 SBS가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면서 "프로농구 일부를 류경체육관에서 치르게 하고 이를 SBS가 생중계하는 것도 북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윤세영 회장과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의 회동은 방북 3일째인 8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 35층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SBS측에서 하금렬 보도본부장, 안국정 편성본부장, 황영호 스포츠국장이 배석했으며 북측에서는 중앙방송 고위관계자가 배석했다. 이 회동에서 윤 회장은 1)SBS가 개성에 제작센터를 만들어 남측의 방송3사가 공동으로 사용하게 한다 2)류경정주영 체육관에서 농구와 탁구 등 실내경기를 개최하고 이를 SBS가 중계한다는 등의 2가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리종혁 부위원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세영 회장은 방북중이던 7일 밤 북측관계자와 남측 방문단이 참석한 환영만찬 축사에서 "여기서 저는 여러분 앞에서 한가지 약속을 하려고 합니다"라며 "이번 통일농구대회 생중계를 계기로 저희 SBS도 앞으로 민족화해와 남북의 평화번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 만찬장에서 리종혁 부위원장 맞은편에 앉은 윤 회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남북협력사업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SBS내에 대북사업팀을 신설하겠다"면서 "남북협력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200여명으로 구성된 SBS 제작-보도진 외에도 9명의 대주주와 동행해 주목을 끌었다. SBS 박희설 경영기획팀장은 "대북사업은 리스크가 크고 초기에는 이익보다 투자가 크기 때문에 사전에 주주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해 이번에 주주들과 동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렇게 SBS가 대북사업에 본격 뛰어들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배경에는 윤 회장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맺은 개인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앞의 만찬장 축사에서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강원도 출신인 저에게 진심어린 애정을 보여주었고, 저 또한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대하며 깊은 친분을 나눴다"면서 "이번 행사에 SBS가 참여하게 된 것도 어쩌면 정 회장님께서 저를 위해 미리 계획하신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 만찬장에서 "깊은 친분"이 언제부터 이뤄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약 20여전 전부터 강원도 출신 경영인 모임을 통해 알았다"면서 "지금은 그분을 대신해서 내가 강원도 출신 후학들을 지원하는 금강장학회를 이끌고 있다"고 답했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SBS의 대북사업 진출 추진은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송이라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모기업인 태영건설의 건설사업에도 득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윤세영 회장이 7일밤 평양에서 행한 만찬 축사 전문. 윤 회장의 "민족화합 방송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방금 소개받은 윤세영 회장입니다. 조금 전 끝난 통일농구경기의 열기와 흥분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먼저 이번 농구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른 남북 양측선수 여러분들,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북측의 곽범기 부총리, 안경호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부위원장, 리종혁 아시아 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려원구 조국전선 의장 등 관계자 여러분,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과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방북 사상 최대 규모인 천여명의 남측 참관단과 SBS제작진들이 대거 참가한 역사적인 행사로 남북화해를 위한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농구연맹 명예총재로서, 그리고 이번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행사와 통일농구경기의 주관방송사인 SBS 회장으로서 이번 행사가 성공한 데 대한 기쁨과 감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농구경기와 어제 축하공연 모두 남측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생중계되었음을 여러분들게 보고합니다. 한국 농구연맹 총재 시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농구경기장을 많이 살펴보았지만, 류경 정주영 체육관은 관람석은 물론 최신 전광판과 음향시설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제일 훌륭한 시설이었습니다. 굳게 닫혀있던 남북 교류의 문을 활짝 열었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님은 돌아가신 후에도 이처럼 큰 선물을 남북 모두에 남겨주셨습니다. 정주영 회장님은 생전에 같은 강원도 출신인 저에게 진심어린 애정을 보여 주셨고, 저 또한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 분을 대하며 깊은 친분을 나눴습니다. 정 회장님이 고향 후학들을 위해 주관하시던 금강 장학회를 지금은 제가 이어받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 SBS가 참여하게된 것도 어쩌면 정회장님께서 저를 위해 미리 계획하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저는 여러분 앞에서 한가지 약속을 하려고 합니다. 이번 생중계를 계기로 저희 SBS도 앞으로 민족화해와 남북의 평화번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다. 다시한번 이번 행사의 성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은 북측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영, 가슴 속에 가득 담고 돌아가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 정주영 회장님과 정몽헌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여러분, 우리 꼭 다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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