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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나아지나…벼랑 끝 해외 부동산펀드

김인경 기자I 2024.06.24 05:20:00

최근 1년간 수익률 -18.92%
코로나 후 고금리 이어지며 만기 앞두고 디폴트
대규모 손실 막으려 만기 연장 추진 중이지만
코로나 전 활황 시기 회복은 어려워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며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기를 맞은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이 이어지면서다. 투자자들은 만기연장에 동의하며 환매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만, 연장으로 시간을 번다고 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해외 부동산펀드(순자산액 10억원 이상 공모펀드)는 총 273개로 순자산액은 2조3037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최근 1년 이들의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18.92%로, 모든 펀드 유형 중 가장 저조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해외 부동산펀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인기를 탔다. 해외 선진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내다가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했을 때 매각할 경우, 추가 이득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8~2019년께는 자산운용사들이 해외부동산 펀드 판매에 집중했고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투자도 확대됐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코리나19 이후에는 세계 각국이 풀아놓았던 돈을 거둬들이기 위한 금리 인상에 나서며 환경은 더 나빠졌다.

특히 최근 예상했던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고 고금리가 더 길어지자 만기를 맞은 펀드가 지급불이행(디폴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투리얼에셋운용은 19일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가 현지에서 빌린 대출 원금 상환 불가로 인한 기한이익상실(EOD·Event of default)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의 만기일은 지난 14일이나 앞서 지난달 수익자총회를 열어 만기를 2029년 5월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자산 매입을 위해 2019년 9월 20일 선순위 대주와 체결한 약 7262만유로(1076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만기일인 지난 14일까지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트리아논 부동산 펀드 ‘이지스 글로벌 부동산 투자신탁 229호’도 이달 초 EOD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자산운용사들은 대규모 손해를 막기 위해 펀드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올해 3월 만기가 예정됐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지난 2월 말 수익자 총회를 열고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한국투자밀라노1호도 올해 2월 22일 만기를 앞두고 작년 11월에 만기 3년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고 원금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적어도 한 번의 금리인하가 진행되고 내년 4회의 금리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싣고 있다.

한세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미국 오피스 공실률 정점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공비와 금융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 오피스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부동산 시장의 반등은 현재보다 나아진다는 것이지, 대호황을 맞았던 2018~2019년 수준까지 올라오긴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임차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비용 소요도 확대할 것이란 평가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가 수십 년 동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의 가치가 코로나19 이전 보다 2030년까지 적어도 26%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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