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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前정부선 '적폐청산' 조사 더해…김원웅, 비호받아"

김관용 기자I 2022.09.06 05:30:00

[만났습니다]박민식 보훈처장 인터뷰
보훈처, 최근 김원웅 전 광복회장 비위 감찰 결과 발표
박 처장 "안된다는 카페사업 강행, 예산도 직접 따와"
"尹정부 국정과제, 제대군인 지원 정책 신경쓸 것"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비리 수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가 전 정부에서 있었던 보훈분야 ‘적폐몰이’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보훈처는 김 전 회장 광복회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만화출판사업에서 인쇄비가 5억원 초과해 지급됐고 수목원 카페 공사비 9800만원 과다계상, 1억원의 대가성 기부금 수수, 기부금 목적 외 1억3000만원 사용, 2100만원 어치 법인카드 유용 등의 비리 혐의가 적발됐다. 또 김 전 회장이 공고나 면접 없이 지인 7명을 임의로 채용하고 사후에 면접표를 허위로 조작하는 등 불공정 채용이 이뤄진 혐의도 포착됐다. 이에 따라 보훈처는 김 전 회장 등 비위 혐의자 5명을 형사고발했다. 앞서 광복회의 국회카페 수익사업(헤리티지815) 수익금이 단체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부당하게 사용된 정황도 포착됐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처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 처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김 전 회장의 일탈이 장기간 이뤄져왔는데, 우리(문재인 정부)와 관계없다고 하기에는 입증의 책임이 그 사람들에 있는 거 아니냐”면서 “광복회 인력 정원이 12명인데, 그 두 배를 늘렸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반대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5억원의 예산을 늘려서 왔더라”고 말했다. 전 정부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박 처장은 “이전 정부에서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감사와 수사가 각 부처에서 이뤄졌는데, 보훈처에 경찰을 상주시키면서 무제한으로 직원들을 조사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김 전 회장 수사는 광복회 자체의 감사 요청이 있었고, 수사권도 없는 보훈처가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김 전 회장의 광복회장 비리만 들여다봤다”고 했다.

실제로 이전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한 나라사랑교육 등 ‘보수 정부’의 보훈 사업 전반을 조사하며 상당수 직원들을 취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의 적폐청산 명목 수사와는 다르게 김 전 회장의 편향적 발언과 표창장 발부 등은 아예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원웅 전 광복회장을 이전 정부가 봐줬다는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그걸 모른 체 하면 그거야 말로 보훈처장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수사 결과 지켜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한 입장에서 입 다물고 있을 수 없다. 우선 국회 내에 설치한 카페의 경우, 보훈처가 공문을 통해 그 사업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추진해버렸다. 인원에 대해서도 보훈처가 어렵다고 하고 기재부도 증액 어렵다고 안 된다고 했는데, (광복회) 현 정원이 12명인데 그 두 배를 늘리는 건 수퍼맨이다. 무법수퍼맨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인원 증원과 이에 따른 예산 증액이 됐나

△됐다. 그것도 김 전 회장 자신과 예전 정치할 때 인연 있는 사람들이었다. 업무와 별 관계 없는 사람들로, 잠시 일자리 만들어 준 거다. 10명만 해도 예산이 얼마냐. 국민 세금을, 광복회원 복지나 명예를 선양하는 데 써야 할 돈을 자기 아는 사람들에게 쓴 거다. 게다가 공정한 면접이나 공고 등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도 안 거치고 마음대로 채용하고 문제될까 사후적으로 면접했다고 허위 조작한 문서도 남겼다.

- 김 전 회장의 경축사가 번번이 논란이 됐다.

△대통령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 발언이 3번이나 논란이 됐다. 그런데 3번을 그렇게 했다는 건 두 가지다. 정권이 알면서도 ‘알아서 해라, 너랑 같은 생각이다’ 하는 것과, 최소한 묵인이 된 거다. 특정 정당 정치인에게 상을 주면서 문제가 된 국회 카페에서 사진까지 찍었다. 누가 보더라도 김 전 회장 개인 의사 결정이나 개인 혼자 저지른 일이라 하기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처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국가보훈처는 독립·참전·민주화 유공자 모두를 정책 대상자로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보훈 정책 스펙트럼이 넓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는다.

△그래서 부(部) 승격이 돼야 한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훈 주관부처를 부로 설치·운영해 보훈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는 국방부 다음 규모이고, 대통령이 신년 예산을 발표할 때 보훈예산을 가장 먼저 발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961년 원호청 출범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 단위 기관으로 현재 장관급이지만 부서권과 독자적인 부령 발령권이 없는 등 국무위원에 비해 권한이 제약돼 있다. 이는 원활한 보훈정책 추진에 한계로 작용한다. 보훈처 창설 60여년만에 국격에 맞게 보훈부 승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게 재임 목표다.

- 현재 제대군인 지원정책은 중장기 제대군인 중심이다. 의무복무 청년 지원책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민국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위한 병역의무를 강조한다. 병역법은 ‘대한민국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큰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단기복무 장교·부사관과 현역병들은 직업군인은 아니지만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인생의 황금기에 학업·취업의 기회를 희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배려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매우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거 군가산점 제도가 병역의무 이행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됐지만, 여성과 장애인들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내려진 이후 이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에 ‘국가안보에 헌신한 청년 의무복무자에게 사회적 존중과 예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반영된 만큼 보훈처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해 법령 개정, 예산 편성, 관계부처 협의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

- 지금 제대군인 지원 정책이 국방부 전직지원, 국가보훈처 제대군인 지원정책 등으로 나뉘어 있어 효율적인 정책지원을 위해서는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보훈처에서는 제대군인국에서 관리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취업 상담·알선, 직업교육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전역을 앞둔 분들의 전직지원교육을 위해 국방전직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역 전과 후를 나눠 국방부와 보훈처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정책수혜자인 개인 입장에서는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동일한 지원이기 때문에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1993년부터 국방전직교육원이 설립된 2015년까지는 보훈처가 국방부로부터 위탁 받아 전역예정자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효율적 예산 활용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국방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정부 차원의 기능 배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다.

- 그간 보훈처장은 예비역 장성들이 주로 하던 직책이었다.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처장이 되셨는데, 각오는.

△100일 좀 넘게 국가보훈처장직을 수행해보니 보훈의 역할과 업무영역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데 작은 주춧돌 하나라도 놓겠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떳떳하고 당당한 보훈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문화로서 뿌리내리는 보훈으로, 보훈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보훈처장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일류보훈’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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