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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관계자는 “LTV 상한을 올리더라도 그 전제는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DSR 규제를 계획대로 오는 7월 강화할지 현 수준을 유지할지, 일부 완화할지 등을 정하는 게 LTV 조정보다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DSR 조정 여부는 영향 분석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규제 일변도로 가계부채를 관리해온 정부 기조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향 분석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새 정부가 DSR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당국 내에서도 DSR 강화안을 폐기하거나 적용 시점을 연장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총 대출금이 2억원이 넘으면 ‘DSR 40%(비은행은 50%) 규제’를 적용하는데, 오는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에게까지 규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야 한다’라는 원칙을 규제화 한 것이다. 규제를 받는 연봉 5000만원인 차주는 원금과 이자를 합해 연간 2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범위 내에서만 돈을 빌릴 수 있다.
영향 분석 결과에 따라 DSR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 윤 당선인의 LTV 상향 공약은 사실상 힘을 잃을 전망이다. 반대로 DSR을 완화하면 LTV 상향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 DSR을 당장 완화하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LTV 상한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청년층이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일부 조건에 해당하는 차주에게는 미래 소득을 반영해 DSR 규제를 ‘핀셋 완화’할 수도 있다. 금감원 측은 인수위에서 영향 분석을 요청해오면 착수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LTV 상향에 앞서 DSR 조정 여부를 먼저 결정키로 한 것은 무분별한 대출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LTV 공약 실효성을 따져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해선 전 지역 LTV 상한을 70%, 생애 최초 구입자엔 80%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DSR을 풀지 않으면 고소득자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인 차주가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짜리 집을 구입할 목적으로 연 3.75% 금리(원리금상환, 만기 30년)로 대출을 신청하면 지금은 LTV 상한인 3억6000만원(9억원×40%)까지 빌릴 수 있다. 이 차주에게 적용되는 DSR은 40%여서 LTV가 70%로 올라가더라도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반면 연봉 1억원인 차주가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현재는 3억6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지만, LTV 70% 적용 시 6억3000만원(DSR 35%) 대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