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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에 노사갈등까지…위스키 업계 구조조정 바람에 '술렁'

김범준 기자I 2021.06.30 05:15:00

디아지오코리아, 3년만에 임직원 희망퇴직 단행
5000억 넘던 연매출 지난해 2003억원까지 급감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 갈등 장기화 '골머리'
주 52시간·코로나 여파로 위스키 시장 침체에
"업계 전반 구조조정 통해 수익성 개선 나설 듯"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내 위스키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임금교섭 난항 등에 따른 노사 간 갈등이 커지는데다 일부 업체에서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위스키 주요 판매처인 유흥시장이 크게 침체하면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주류 소비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이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약 1억 3246만 3000달러(약 1476억원)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지난 1999년 1억 1591만 9000달러(약 1292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사진은 최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위스키 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재직 15년차 이상 임직원이 우선 대상으로 20개월분에 해당하는 퇴직금과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절차를 밟아 오는 8월 중 퇴사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디아지오코리아의 희망퇴직은 2018년 이후 약 3년만이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경영난을 겪자 사실상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 디아지오코리아의 2019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기준 매출은 약 20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2.6% 급감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윈저’ 등 인기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한 영국 주류기업 디아지오의 한국 법인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한때 국내 매출이 연간 5000억원을 넘나들었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과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절반 이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은 이웃집 페르노리카코리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의 한국 법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매출은 약 9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스카치 위스키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로얄살루트’와 싱글몰트 위스키 ‘더 글렌리벳’, ‘아벨라워’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이 지난달 6일 서울 중구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사진=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 제공)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최근 매출 감소세와 함께 수년간 임금교섭 등을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사측이 대치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는 지난 5년간 41차례의 임금교섭과 27차례의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지난 3월23일 최종적으로 교섭이 결렬됐다. 교섭 결렬 당시 사측은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노조는 ‘노조 탄압’이라며 지난달부터 페르노리카코리아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등 노사 갈등은 더욱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프랑스로 출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장 투불 대표는 수년간 회사 노조를 없애려 한 의혹 등으로 지역 고용노동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사측은 장 투불 대표가 업무상 출장을 떠났고 이달 중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사를 피해 달아났다고 지적한다.

노조 탄압 논란은 국내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에서도 일고 있다. 지난 4월 골든블루 노조가 설립하자마자 일부 임원이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색출하거나 탈퇴를 회유 또는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사측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희망퇴직과 노사 갈등이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맞물리며 올 하반기부터 대규모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장기 침체 상황에 빠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가정용 위스키 판로를 넓히고 와인 등 다양한 주류 취급을 확대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등 대대적 비용 감축을 통한 구조적 수익성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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