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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하락폭 7년만에 최대…‘깡통전세’ 서울까지 북진하나

정병묵 기자I 2018.12.26 04:30:00

서울 아파트 전셋값 0.07% 하락
2011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대치
입주 물량 늘며 11월 말부터 떨어져
지방 깡통전세 서울·수도권 북진 가능성 커져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 H아파트(전용면적 84㎡)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모씨(39세)는 요즘 전셋값이 너무 떨어져 걱정이다. 이씨가 2016년 4월 계약한 전셋값은 3억7000만원. 이후 올 초 2000만원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했지만, 최근 전셋값이 3억6000만원으로 3년전보다도 더 떨어졌다. 내년 봄 아파트를 구매해 이사할 계획이지만 전셋값 하락세가 워낙 가팔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이다.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연말을 기점으로 현저한 낙폭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 신규 아파트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어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지방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렸던 ‘깡통전세’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북진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전셋값 -0.20%, 강동구 -0.37%

2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2월 셋째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7% 하락했다. 둘째주(10일)에는 0.06% 내리며 2011년 11월28일(-0.05%) 이후 7년여 만에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하락폭을 연달아 기록했다. 서울에선 송파구(-0.20%)와 강동구(-0.37%)의 낙폭이 컸다. 평택(-0.26%), 시흥(-0.22%), 안산 상록구(-0.18%), 광명(-0.15%), 이천(-0.14%), 의왕(-0.13%) 등 모두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며 수도권은 평균 0.05%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1월 말부터 하락 전환해 한 달째 약세다.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이주 수요가 분산된 가운데 주택 임대사업자 매물이 늘어난 데다, 9510여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이달 31일로 확정되면서 동남권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송파구와 인접한 강동구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고 하락세가 강남구, 동작구까지 번져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전세가격은 일주일 새 많게는 3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구 주요 단지 전셋값은 잠실동 ‘잠실엘스’가 최대 2500만원, 신천동 잠실파크리오가 3500만원 떨어졌다. 강동구에서는 암사동 ‘암사e편한세상’이 1000만원,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가 1000만원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평촌이 호계동을 중심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목련대우’, ‘선경’이 2000만원, ‘무궁화태영’이 500만원 떨어졌다. 김포에서는 ‘한강신도시반도유보라4차’가 500만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나오는 새 아파트 물량이 많아 전셋값 약세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총 6만5798가구다. 서울이 1만1510가구, 인천·경기가 5만4288가구 규모다. 1분기 중 서울에서는 강남구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를 비롯해 경기 화성시 ‘힐스테이트 동탄2차’ 및 ‘사랑으로 부영’(2559가구), 의왕시 ‘효성해링턴플레이스’(2480가구) 같은 대규모 단지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서울 등 수도권은 2017년부터 내년까지 3년 연속 입주 물량이 상당히 많아 내년에도 전세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다”며 “특히 전세수요가 새 아파트로 쏠리면서 주변 낡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난 우려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지방 강타했던 ‘깡통전세’ 북진할까

전셋값 하락은 주거 안정 차원에서 보면 임차인에게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 폭등못지 않게 무서운 게 폭락이다. 보증금이 입주했을 때보다 떨어지는 역전세난에, 새 임차인까지 구하지 못하면 전세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담보대출까지 많이 낀 집이라면 경매로 넘어갈 우려도 크다. 최근 입주아파트가 크게 늘고 있고, 집값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해 경남·경북·충북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던 ‘깡통전세’가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깡통전세는 대출액이 많은 집의 가격이 많이 떨어져 경매로 넘어갔을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11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가구는 7만6326건에 달했다. 작년 가입 실적인 4만3918건에 비해 두 배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한 채 임차 시장에 머물러 있는 수요가 전셋값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막대한 입주 물량이 결국 전셋값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지방처럼 깡통전세가 당장 속출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같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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