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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배출가스 규제 열흘 앞으로…脫디젤 가속화

노재웅 기자I 2018.08.23 05:01:00

연비조작으로 한풀 꺽였던 디젤차
신규 규제 및 화재 여파로 부담↑
신형 개발 중단 및 단종 잇따라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새로운 배출가스와 연료효율 측정 방식 도입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에 ‘탈(脫) 디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과 더불어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한 BMW 화재사고 등 품질 논란도 제조사들이 디젤차에서 손을 떼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가격인상 불가피..비인기 모델은 단종길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9월부터 새로운 배출가스 및 연료효율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을 모든 승용 디젤차에 적용한다. 국산차는 생산일 기준, 수입차는 통관일 기준으로 9월1일 이후부터 해당 기준을 따라야 한다.

새로 도입될 WLTP는 유엔(UN) 유럽경제위원회의 자동차 국제표준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진 제도로다. 가속·감속 패턴 등을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주행시험 시간을 20분에서 30분으로 늘렸으며, 엔진사용 영역을 확대하는 등 인증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기존 유럽 NEDC 방식은 주행패턴이 단순해 배출가스 측정값이 실주행과 차이가 있고, 임의설정(조작)이 쉽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돼왔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새로운 측정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촉매장치(LNT) 등 배출가스 저감장치 외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 등을 추가 장착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로 디젤차량의 가격은 기존보다 200만~300만원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업체별로 쌍용자동차(003620)는 G4 렉스턴 등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력 제품군에 SCR 탑재를 확대 중이고, 기아차는 모하비의 생산을 잠시 중단하고 저감장치 성능을 높인 2019년형 모델을 준비 중이다. 한국GM은 주력 SUV 트랙스에 연식변경을 거치며 SCR을 추가키로 했고, 르노삼성도 국내 생산하는 디젤차의 엔진 사양을 신규 측정 방식에 맞춰 강화할 방침이다.

수요가 부족해 규제 대응이 어려운 차종은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차(005380)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판매 비중이 5% 미만인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의 디젤모델 4개 차종을 단종하며, 기아차 등 나머지 업체들도 WLTP 유예기간 안에 추가로 생산 중단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디젤 비중 높은 수입차 부담 더 커

이러한 디젤차 축소 바람은 국산차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에도 똑같이 불고 있다. 특히 차량 파워트레인 변경이나 개조가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수입차 업체들은 새로운 측정 방식에 디젤 모델을 아예 제외하고 가솔린이나 친환경차만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요타와 닛산, 볼보는 최근 디젤 승용차의 신형 모델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피아트크라이슬러도 디젤차 생산을 2022년까지 완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젤게이트 여파를 딛고 2년여 만에 판매재개에 나선 폭스바겐과 아우디도 가솔린 모델로 신차 출시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디젤엔진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로 리콜을 결정한 BMW도 주력 5시리즈에 가솔린 모델 신차를 추가했다.

수입차업계의 경우 신규 배출가스 규제뿐 아니라 품질 결함에 따른 부담도 디젤차 신규 투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전체 수입차의 70%에 육박했던 디젤차 점유율은 지난 2015년 발발한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사태 이후 40%대로 급감했다. 국산차를 포함해서도 올 상반기 기준 디젤차 신규 등록대수는 42만329대로 전년 동기보다 4.4% 감소했고, 점유율도 지난해 47.9%에서 올해 45.2%로 줄었다. BMW 화재사고로 품질 신뢰가 더욱 하락하면서, 하반기 수입 디젤차의 판매는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디젤게이트로 인해 크게 한 번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신규 배출가스 규제 도입과 잇따른 화재사건으로 소비자뿐 아니라 제조사의 부담감도 커지면서 디젤차의 퇴출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의 도입으로 인해 과거 유로6 도입 당시 재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발생했던 신종 할인대란이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의 부담 등을 고려해 9월1일 이전 생산 및 통관된 물량은 올 11월까지 3개월간 판매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이다. 상황이 비슷했던 지난 2015년 연말 당시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수입 디젤차 할인 경쟁이 극에 달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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