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자수첩]부동산 규제, 표심에 흔들려서야

박민 기자I 2018.03.02 05:0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불과 몇개월 새 집값이 수억원씩 뛴 서울 주택시장을 보며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간 언론이 수없이 지적한 대로 수급(수요와 공급) 여건의 안정화가 핵심인데 정부는 원인을 알면서도 ‘왜 무리하게 시장에 규제만 가했을까’였다. 규제로 인해 돈이 될 만한 ‘똘똘한 한채’에만 수요가 쏠리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는데도 말이다.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의 보수적인 집값 시세 데이터만 봐도 서울 강남권의 집값 상승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9억 3713만원에서 올 1월 11억 3829만원으로 7개월 사이 21%나 뛰었다. 만약 10억짜리 집이라면 2억원이나 가격이 급등한 셈이다.

강남의 고가아파트 보유자, 지방의 공인중개사, 부동산 투자자, 대학 교수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 분석 요인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규제책이라는 게 ‘표심’을 고려한 정책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표를 주는 직접 민주주의 아래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논리에서였다.

지난해 ‘집값을 잡으면 피자를 쏘겠다’며 강남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나, 최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비강남권 단지의 반발이 드세지자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옹호하며 정부 규제에 맞선 법 개정을 추진하는 모습 모두 표심을 고려한 행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주지할 점은 부동산은 당리당략에 따라 선거의 재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집이란 투자 수단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내 삶의 전부라는 인식이 크다. 올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핵폭탄으로 통하는 ‘보유세 개편’ 방안이 나올 예정인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정치인보다 부동산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