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 `대선에 현혹됐던 시장`

이정훈 기자I 2012.11.08 06:19:05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마자 폭락세를 연출했다. 대선이라는 하나의 불확실성이 걷혔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 앞에는 아직 더 짙은 불확실성들이 상존해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무엇보다 일찌감치 깨달은 탓이다.

이날 지수를 추락으로 이끈 재료들 역시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재정절벽과 유로존 위기라는 두 가지 악재들이었다.

아트 호건 라자드캐피탈마켓 이사는 “이제 시장은 대선 이후 재빨리 재정절벽 이슈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 의회가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할지 주시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게다가 유로존 문제도 여전한 만큼 시장에 하락 압력이 거셀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 기간동안 단 한 치의 진전도 없었던 재정절벽 논의는 이제 더 다급한 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댄 그린하우스 BTIG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제 재정절벽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기본적인 시나리오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투자자들은 곧바로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재선 이후 세금 인상 등이 시장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피터 부크바르 밀러태박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은 하락하고 있는데, 사실 시장은 오바마가 또다시 4년간 집권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세금 인상에도 반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침체로 빠져들 수 있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고 유로존 문제는 재차 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날 10년만기 미국 국채 입찰 240억달러 어치가 굉장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675%의 낙찰금리에 입찰액 대비 응찰 비율은 2.59배로, 최근 12개월 평균치보다 낮았다. 달러화 자산에 대한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미국 대선이 유로존 위기라는 또다른 악재를 가려왔던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위기 우려가 이제서야 뒤늦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 대선은 일시적으로 유로존 우려를 억눌러 왔었지만, 유로존은 이제부터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와 스페인은 물론이고 최대 경제국인 독일까지 위기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날 시장 우려를 키웠던 것처럼 상당 기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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