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하고 구체적 방안을 19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파격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장기간 표류해온 의료개혁의 첫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의대 입학정원이 낮은 수준으로 제한돼 의사 공급이 부족한 현실은 국제비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2021년 기준 국내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적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2명으로 가장 적다. 의대 졸업자가 적으니 당연한 결과다.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 13.6명의 절반 정도다. 2006년 이후 올해로 17년째 3058명으로 묶인 의대 입학정원 탓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1.3배인 영국의 의대 입학정원은 2.8배인 8639명이다.
의료기관 이용률 상승과 인구 고령화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사 수 부족은 오래 전에 해결돼야 하는 문제였다. 게다가 의대생들이 응급·중증·소아청소년·출산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료 전공을 기피하고 의사들이 수도권에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보건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은 크게 나빠졌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타지역 원정출산 등이 일상화하다시피 한 게 단적인 예다. 이제라도 정부가 의사 공급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니 만시지탄이긴 하나 다행이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여러 차례 극한 반대로 무산시켜온 의사단체가 이번에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말고 의대 입학정원을 1000명 이상 충분히 늘리기 바란다. 아울러 전공 및 지역별 의료 쏠림 현상을 완화할 대책도 내놔야 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예산 확보, 의료계와의 협의 등이 전제돼야 하기에 당장 채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하더라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그 취지를 앞당겨 실현할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