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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케팅에는 김에 대한 식품사 시각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김을 상품으로 대할지, 식품으로 대할지 문제이다. 김을 상품으로 본다면 보통 명사로서 노리라는 표현도 무난하지만, 김을 김치처럼 한식(식품)으로 친다면 ‘노리’라는 표현은 부족하다. 문화적인 개념을 수반하는 식품이라면 고유 명사 ‘김’으로 적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기업이 김을 한식으로 대하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다.
이런 인식은 김의 확장성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뒤잇는다. 특히 현재 한일 양국이 김 세계화를 다투는 상황이라 이런 선택은 더욱 아쉽다. 그간 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국에서 주로 먹는 지역색이 짙은 식품이었다. 서양에서는 ‘블랙 페이퍼’로 취급하고 정체 모를 먹거리로 분류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지가 바뀌었다.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해조류가 각광 받고 김으로 수요가 몰렸다. 그러면서 서양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이 김 격전지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한 한국 식품사가 지난해 미국에서 거둔 호황을 올해 김으로 이어가고자 애쓴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에서 ‘GIM’(김) 마케팅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 시장을 예로 들면, 한국 김 대부분은 ‘Seaweed’(시위드·해초류를 일컫는 영어)로 이름이 붙어 팔린다. 일본 김 제조사가 ‘NORI’(노리)로 모든 제품을 상품화한 것과 대비된다. 상황이 이러자 일부 한국 업체는 미국에서 김을 노리로 팔고 있다. 노리가 일본 고유의 식품으로 인식되는 와중에, 김은 해초나 노리 유사품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이 상품보다 앞선다는 사례는 김밥이 스시 일종으로 인식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며 “김과 밥으로 식품 자리를 차지한 스시가 나머지를 상품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 식품에 일본식 이름이 붙곤 한다. 김치가 대표적이다. 한국산 김치는 ‘キムチ’(기무치)로 표기해서 일본에 수출한다. 그러나 기무치는 김치의 일본어 표기일 뿐이다. 일본에는 김치라는 식품이 없어서 발음 나는 대로 쓴 음역(한자 따위 문자로 음을 나타냄)인 것이다. 김치를 기무치로 적는 것은 김을 노리로 쓰는 것과 개념상 차이가 있다.
A사 관계자는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노리 표현을 빌리거나 해초와 같은 상품명을 차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인식이 개선하면 상품 판매 방식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