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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뒷돈·조작·성차별…낯 뜨거운 채용비리 백태

조용석 기자I 2017.12.21 05:00:00

취업비리 ‘복마전’ 강원랜드…염동열 소환 임박
‘여성은 무조건 배제’…시대 역행한 가스안전·석탄공사
금융계 강타한 채용비리…처벌 대상자 늘어날 듯
檢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 채용비리도 수사대상”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례1.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교육생 채용이 끝난 2013년 4월께 갑자기 인사팀장을 불러 “21명을 추가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인사 청탁 때문이었다. 인사팀장이 거부하자 염 의원의 지역보좌관인 박모씨는 인사팀장에게 “두고 봅시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사례2. 경북교육청 소속 신모 사무관은 경북영광학교 교장 이모씨를 불러 은밀한 제안을 했다. 정부지원을 계속 받게 도와줄 테니 자신의 친인척 3명을 학교 및 부설단체에 취업시켜달라는 부탁이었다. 심지어 신 사무관은 4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이씨에게 교사 채용을 부탁하는 등 취업 브로커로 노릇도 했다.

지난 7월부터 전국적으로 채용비리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20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청탁을 받은 이들은 조작과 강압을 서슴지 않았고 취업을 빌미로 뒷돈을 챙기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구시대적인 행태도 공공연히 이뤄졌다.

◇ 취업비리 ‘복마전’ 강원랜드…염동열 소환 임박

검찰은 인사·채용비리 유형을 △지인 청탁형 △성(性) 차별형 △낙하산 맞춤형 △금품수수형 등 4가지로 구분했다. 대표적 공공기관 채용비리로 꼽히는 강원랜드 사건은 지인 청탁과 낙하산 맞춤형, 금품수수가 동시에 드러난 사례다.

춘천지검은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염동열 국회의원의 지역보좌관인 박모씨 등 2명을 업무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로 19일 구속 기소하는 등 무려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 전 사장은 구속이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최 전 사장은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과정이 끝났음에도 염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21명이 추가합격할 수 있도록 인사팀장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인 김모씨가 자신의 일자리를 부탁하자 채용조건을 변경하면서까지 취업을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에는 지역 정치인도 끼어들었다. 김모 전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은 2013년 1월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아들 취업 청탁을 받고 이를 염 의원실에 전달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 대가로 2000만원을 빚을 탕감 받았다. 또 지역원로로 알려진 A씨는 지인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강원랜드 관계자에게 취업청탁을 한 혐의로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사장 등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 한 검찰은 칼날을 염 의원에게 돌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염 의원을 소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권성동 의원은 소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이후 계속 “보좌관이 사적으로 벌인 일로 나와는 무관하다”며 부인하고 있다.

◇ ‘여성은 무조건 배제’…시대 역행한 가스안전공사·석탄공사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구시대적인 행태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은 2015년 신입사원 채용시 남성 군필자와 지역 인재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여성 지원자의 점수는 낮추고 반대로 남성의 점수는 올렸다. 이로 인해 여성 4명이 탈락했고 남성 5명이 합격했다.

또 박 전 사장은 지난해에도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지역인재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면접점수와 순위를 조작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뇌물수수 혐의도 드러나 구속기소됐다.

대한석탄공사는 전·현직 사장이 모두 여성 차별에 가담했다. 권혁수 전 석탄공사 사장과 백창현 현 사장(사건 당시 기획본부장)은 2014년 청년인턴 채용과정에서 고의로 여성지원자의 서류전형 및 면접 점수를 낮게 주는 수법으로 142명의 여성지원자를 전원 탈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기관 역시 적나라한 채용비리가 만연했다. 진주 한국국제대 이사장인 강모씨는 전임교원인 조교수가 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4000만원을 챙겼다. 대구지검은 예산 지원 대가로 자신의 친인척 3명을 경북영광학교에 취업시켜달라고 청탁한 경북교육청 소속 사무관과 이를 수용한 경북영광학교 전 교장 이모씨를 모두 구속기소했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삼 전(前)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11월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계 강타한 채용비리…처벌 대상자 늘어날 듯

금융계도 채용비리를 비껴가지 못했다. 이문종 전 금융감독원 총무국장과 이병삼 전 부원장보는 채용비리 혐의로 지난 12일과 지난달 20일 각각 구속 기소됐다.

이 전 국장은 김용환 NH농협지주회장으로부터 “한국수출입은행 간부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석부원장 모르게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고 면접 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수법을 썼다.

또 이 전 부원장보는 지난해 7월 한 시중 은행장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해 3월에도 서류전형 조작하거나 인성검사 부적격자를 합격시키는 등 다수의 채용비리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5개월에 걸친 채용비리 수사를 통해 검찰은 15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30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서 상당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처벌자는 계속 늘 전망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우리은행 신입행원 채용비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하고 이중 23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 뿐 아니라 공공성이 강한 민간영역에서도 인사·채용비리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여 범행이 확인되면 엄정히 처리할 예정”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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