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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예전보다 이메일이 많이 온다는 점을 제외하곤 인생이나 일상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바뀐 점은 없어요. 하하.”
2400석을 두 차례(2월 2일·7월 15일)나 매진시킨 이른바 ‘갓(god·神)성진’ 클래식계 아이돌인 조성진(22)은 정작 수줍게 웃었다. 생애 첫 스튜디오 정규음반 발매를 앞두고 1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기자와 만난 조성진은 “유명세는 잘 모르겠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해 10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국내 클래식계 유례없는 팬덤을 낳았다. 국내 연주 일정이 드문 만큼 해외연주를 직접 찾는 원정팬이 생기는가 하면 조성진의 콩쿠르실황음반은 종합 음반판매순위에서 아이돌을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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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은 오는 25일 스튜디오 정규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발라드’를 발매한다. 올 초 도이치 그라모폰(DG)과의 전속 레코딩 계약 이후 선보이는 첫 결과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앨범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발라드’ 4곡 전곡이 실린다. 국내서 발매하는 앨범에만 보너스 트랙 ‘녹턴 20번’이 추가된다.
조성진은 “첫 녹음이라 진행과정을 몰라 긴장하기도 했지만 설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6월 런던에서 협주곡을, 9월 말 함부르크에선 발라드 4곡을 마저 녹음했다. 런던 애비로드스튜디오는 비틀스, 카라얀 등 유명 음악가들이 녹음했던 공간으로 설레고 기뻤다. 협연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지아난드레아 노세다와의 호흡도 좋아 수월하게 녹음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솔로녹음이 힘들었는데 큰 스튜디오 안에 혼자 있어야 해 외롭기도 하고 고립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협주곡은 50번 넘게 연주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어 그런 점을 조심했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항상 처음 연주하듯이 신선함을 살리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조성진 열풍 이후 예비 연주자를 둔 부모의 교육열이 과열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의 생각을 물었다. “부모가 나를 압박한 적은 없다. 어머니는 내가 피아노를 끝까지 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더라.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까지도 콩쿠르가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다. 음악은 압박하고 억지로 시켜서 얻기 힘들다.”
클래식음악을 주로 듣지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음악도 즐겨듣는다고 했다. “가끔 또래들이 대학생활하며 놀러다니는데 부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사실 내겐 그들의 삶이 특별하고 음악가의 삶은 평범해 보인다. 연주가 좋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다.”
조성진은 내년 1월과 5월 각각 서울 롯데콘서트홀, 통영 등 국내서 독주회를 연다. 또 내년 2월에는 미국 순회공연, 뉴욕 카네기홀(22일) 데뷔도 예정됐다. 2018년에는 국내 첫 전국투어도 계획 중이다.
“어렸을 때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정말 연락이 와서 너무 놀랐다. 목표를 하나 이루고 나니 욕심이 생기더라. 연주자라면 꿈꿔보는 베를린필이나 빈필과 연주해보고 싶다.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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