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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취임.."유엔 신뢰회복·개혁 주력"(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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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기자I 2006.12.15 05:28:14

한국인 첫 유엔 사무총장 탄생..역사적 쾌거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 총회장에서 사무총장 취임 선서식을 가졌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유엔 본부에서 세계 각국 귀빈들이 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식을 갖고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

반 총장이 사무총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이행하는 것은 내년 1월1일부터지만 이날 취임 선서식으로 사실상 사무총장 업무를 공식 개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에 따라 역사적인 사상 최초의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시대가 활짝 열렸다.

◇반 총장, 손들고 취임선서..새로운 전례 만들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 바레인 출신의 하야 라샤드 알 칼리파 유엔 총회 의장 주재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192개 유엔 회원국 대표와 외교 사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문을 낭독했다.

반 총장은 연단 앞에 특별히 마련된 탁자에 놓인 유엔 헌장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들고 할리파 총회 의장이 낭독한 취임 선서문을 한 줄 씩 따라 읽었다.

이날 취임 선서는 기존 사무총장의 취임 선서식과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됐다. 종교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과거 7명의 사무총장들은 손을 들지 않고 유엔 헌장도 없이 차려 자세로 취임 선서문을 낭독해 왔다. 그러나 반 총장은 사무총장 취임 선서식의 새로운 전례를 만들며 사무총장 직에 올랐다.

유엔 헌장에 손을 얹은 반 총장은 "오직 유엔의 이익만을 위해 사무총장의 임무를 이행할 것이며, 의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어떤 정부나 유엔 외부 기관으로부터 지시를 구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다짐했다.

반 총장이 취임 선서를 하는 동안 역대 총회 의장, 부의장단, 상임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 의장 등 20여명이 반 총장 주변을 반 타원형으로 에워싸고 신임 사무총장의 역사적 출발을 축하했다.

반 총장이 비서실장 자격으로 보좌했던 제56차 한승수 유엔 총회 의장도 이 연단에 올랐다.

◇반 총장 취임연설 "유엔 신뢰회복에 최우선 순위 둘 것"

반 총장은 선서문 낭독 후 이어진 연설에서 "안보·개발·인권이라는 유엔의 3대축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평화, 번영, 정의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유엔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또 "유엔 회원국들은 수동적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사무총장보다는 적극적이고 용기 있는 사무총장을 원한다"며 국제분쟁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반 총장은 "유엔 회원국들은 몇몇 국가에게만 봉사하고 대다수 나라의 고통을 무시하는 조직이나 사무총장을 존경하거나 인내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수 강대국 위주로 운영돼 온 유엔 조직의 관행을 넌지시 비판했다.

이어 "때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무국에 새로운 활력과 확신을 불어넣고 최고의 윤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유엔 조직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도 밝혔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관심이 초점이 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이달 말까지 유엔 사무국, 산하기관, 지역대표, 특사 등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뒤 내년 1월 2일 출근해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아난 총장 퇴임

이날 유엔 총회는 반 총장의 취임 선서에 앞서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사실상 퇴임식을 거행했다. 유엔 총회는 지난 1996년 10월부터 10년간 제7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아난 사무총장의 업적을 기리는 결의안을 박수로 채택하기도 했다.

아난 총장은 지난 11일 마지막 연설을 통해 독선과 힘으로 군림하려는 미국 정부와 부시 대통령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날 퇴임 연설에서는 미국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사무총장으로서의 소회와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격려의 발언을 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총회 참석자들은 두 차례 기립박수를 통해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아난 총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아난 총장은 퇴임 후 고국인 가나로 돌아가지 않고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하면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취임 선서식에 미국 정부에서는 사임을 표명한 존 볼튼 유엔 대사 대신 알렉스 울프 차석 대사가 참석했다. 볼튼 대사의 불참과 관련, 이미 부시 대통령이 그의 사의를 수리한 데다 그와 아난 총장과의 갈등 등이 불참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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