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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위로가 필요한 시대의 ‘시우(時雨)’

이윤정 기자I 2022.07.21 05:40:00

심사위원 리뷰
신현식 아쟁독주회 ''시우''
연주곡마다 의미·재미 교차
김덕수 명인과 합주…조화·공존 보여줘

[송지원 음악인문연구소장] 코로나19와 함께 감동과 위로받을 일 보다 가슴 쓸어내려야 할 일이 많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놀랄 일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요즈음, 우리에게 감동과 위로를 안겨줄 만한 뭔가가 있다면, 그건 분명 ‘시우’(時雨)가 될 것이다. ‘시우’란 맹자의 진심장에 나오는 ‘때에 알맞은 단비’란 말이다. 단비는 만물을 소생시킨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그 단비처럼 찾아온 음악회가 있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신현식 아쟁독주회 ‘시우’다. 아쟁연주자 신현식이 음악회의 제목을 정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시우가 되리라는 걸 예상했을까. 사람들은 오랜만에 긴 여운을 남겨준 이 음악회에서 마치 단비를 만난 듯 감동과 위로를 선물처럼 받고 돌아갔다.

신현식 아쟁독주회 ‘시우’(사진=신현식 제공).
공연은 ‘공간의 소리’ ‘윤윤석제 신현식류 아쟁산조 긴산조’ ‘시우’ ‘도살풀이 유희’ 네 곡으로 이루어졌다. 곡마다 의미와 재미가 교차해 듣는 이들을 한껏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간의 소리’는 종묘제례악 ‘전폐희문’을 모티브로, 대아쟁의 다양한 소리와 주법, 활의 테크닉 등을 두루 연구하여 구상한 곡이다. 연주자는 대아쟁을 연주하며 종묘제례악 ‘전폐희문’의 악장 선율을 직접 구음으로 부르기도 했다. 듣는 이는 마치 대아쟁이 이끄는 거룩한 제의(祭儀)에 참여한 듯 정화의 순간을 체험했다.

‘윤윤석제 신현식류 아쟁산조’는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곡이다. 오랜만에 젊은 아쟁산조가 탄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스승 윤윤석 명인에게 전수받은 아쟁산조를 한 단계 더 전진시켰다는 평가다. 스승과 함께 아쟁을 타는 듯 스승의 가락이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스승의 가락과 자신의 음악적 열정을 긴 시간 정성껏 달여 만든 듯 했다. 진한 농도의 가락들은 스승이 곁에 계셨더라면 분명 깊이 감탄했을 것이다. 아쟁이란 악기로 낼 수 있는 표현의 최대치를 끌어 올린 산조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음악회의 제목이기도 한 ‘시우’는 김덕수 명인과 함께 하는 아쟁과 장구 변주곡이다. 김덕수의 장구는 음높이를 f음에 맞추었다. f음을 중심음으로 펼쳐내는 아쟁을 위한 배려인 듯, 두 악기는 마치 ‘f음을 위한 시우’처럼 한판 어우러졌다. 화려한 장구 가락에 어울리는 아쟁의 가락, 또 아쟁의 가락에 조화를 이룬 장구 가락은 마치 두 악기의 경합이 치러지는 듯 보이지만, 경합 속에 이루어지는 조화와 공존의 메시지는 서로에게 시우가 되어 주었고 ‘지음’(知音)이 되어 주었다. 객석의 청중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선사했으니 이 곡은 우리 모두에게 시우가 되었다.

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도살풀이 유희’는 대아쟁, 소아쟁, 장구, 징, 바이올린, 양금이 함께 풀어내는 새로운 현대시나위다. 신현식, 김덕수, 정준호, 허희정, 정송희가 함께했다. 경기도당굿의 도살풀이 장단을 기반으로 하여 시나위를 재해석했다. 도살풀이 장단은 이 곡의 화두가 되어 시나위의 음악적 조화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매개변수가 되었다. 연주자들이 이룬 음악적 조화는 ‘화이부동’의 한 판이 되었다. 아쟁 연주자 신현식은 “아쟁으로 사람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고, 아쟁으로 사람들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그의 깊은 아쟁 선율은 사람들 곁에 머물며 감동이 되고 위로가 되어 주었다. 시우의 여운은 한동안 길게 남을 듯하다.

신현식 아쟁독주회 ‘시우’(사진=신현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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