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달하는 최악 노인빈곤율…국민연금 '사각지대' 잡아야"[ESF2024]

김미영 기자I 2024.06.03 05:02:00

[17] 전병목 IBK기업은행 감사(차기 재정학회장) 인터뷰
보험료율 인상·소득대체율 동결로
미래세대 부담 줄이는 지속가능성 확보
자영업자, 단시간 근로자 등 연금 가입대상 확대해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보험료율 인상·소득대체율 동결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인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출신으로 차기 재정학회장에 선출된 전병목 IBK기업은행 상임감사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동의 직격탄을 맞은 국민연금 개혁의 절박성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18∼20일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효율적인 인구정책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전병목 IBK기업은행 상임감사(사진=노진환 기자)
전 감사는 먼저 연금 개혁안 처리에 실패한 정치권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여야가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며 “여당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야당은 소득보장을 높이는 방향을 개혁이라고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는 훨씬 더 비관적으로 변해가는데 소득대체율을 높이려 한다면 22대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감사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이던 지난해 1월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란 현행 체제가 유지될 경우 2055년 연금이 고갈된다는 시나리오를 직접 발표한 바 있다. 그가 제안하는 연금개혁의 방향은 보험료율의 점진적 인상, 소득대체율의 현행 유지다. 21대 국회에서 저울질했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개혁안에 대해선 “보험료율 인상으로 기존의 부채, 향후 쌓일 부채를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소득대체율을 동시 인상하면 소폭의 개선에 그치고 만다”며 “차라리 보험료율을 적게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둬야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금 개혁 단행에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0년대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거센 반발에도 공기업 국민연금 개혁을 이뤄낸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희생을 겪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개혁을 관철시킬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에 명운을 걸고 연금 개혁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후빈곤 해결을 위해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 때문에 노인빈곤율이 높은 건데 소득대체율을 올려서 빈곤율을 낮추겠단 건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한달 근로시간 60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 등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이 적정 노후소득이 없어 노인빈곤율의 주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 감사는 40%에 달하는 노인빈곤율을 낮추려면 결국 국민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연금 의무 가입 예외조항을 철폐해야 한다”며 “소액이라도 급여를 받는 이들엔 연금 납부액을 원천징수하고 정부가 돈을 보태 노후에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자는 일본처럼 소득에 관계 없이 정액을 내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며 “국민연금 제도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저소득층 입장에선 노후에 특히 유리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전병목 감사는...

△서울대 자원공학과 학·석사 △라이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조세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 △IBK기업은행 상임감사 △차기 한국재정학회장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 9개월 아기부터 90세 노인까지…“인구문제에 老少 없다”[ESF2024] - 저출생 문제해결, '쿨하면서 통 크게'…기업·경영진 솔선 핵심[ESF2024] - 저출생·고령화 '수축경제' 시대, 헤쳐 나갈 해법은[ESF2024]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