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지난 4월(3.7%) 이후 넉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7월(2.3%)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1%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지속됐던 물가 하향 안정화 추세가 무너지고 고물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상반기 급등세를 보였으나 7월 6.3%를 정점으로 내리기 시작해 올 7월 2.3%까지 낮아졌다. 1년 동안 4%포인트나 떨어진 것은 국제유가와 곡물값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이런 흐름이 끊겼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6월 초순 배럴당 70달러 초반에 머물렀던 국제유가는 이달 초 80달러 후반으로 석 달 만에 25%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다 전국에 내린 폭우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어 과일·채소류 등의 값이 10~30%나 오른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10월 이후 물가가 다시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등으로 당분간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근원물가(석유류·농산물 제외 지수)가 잡히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3.9%로 7월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근원물가는 날씨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들을 빼고 작성하는 지표로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더 잘 반영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가계신용(대출+판매신용)이 9조 5000억원 늘어나 9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급증의 영향으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크게 늘었다.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빚이 다시 증가세로 바뀐 것은 집값 반등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가계빚 증가는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신용위험을 키워 결국에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가계부채를 지속적으로 억제하려면 긴축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