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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우선순위 '물가안정→경기부양' 바뀐다

강신우 기자I 2023.06.19 05:30:00

다음 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추경호 “6~7월에 물가 2%대 진입할 듯”
경기대응 수단 부족, 금리인하 시기상조
민간 중심 경제운용, 구조개혁 강조할 듯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아직 물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르면 이달부터 2%대 물가 진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있고 수출 개선 등 경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 대응에 정책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다.

“물가 2%대 진입”…경제정책방향 변화 예고

18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물가가 전반적인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면서 “이번 달이나 다음 달에는 2%대 물가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년 7월 6%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빠르면 이달 2%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물가안정 비중을 낮추는 대신 경기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사할 여지를 보인 것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앞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16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확고한 민생안정과 함께 하반기 경기 반등,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19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설명할 예정이어서 향후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 지표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읽힌다.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1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 2월(11.6%) 이후 4개월 만이다. 대(對)중국 및 반도체 수출도 개선된 모습이다. 고용률(15~64세, 5월 기준)과 실업률은 각각 69.9%, 2.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각각 최고·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최근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빠듯 금리인하 시기상조…“민간 중심 경제운용”

다만 경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문제다. 재정 부문에선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5월 이후 연말까지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세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38조5000억원 부족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도 시기상조다. 미 연준이 올해 최종 금리전망을 연 5.6%로 지난 3월(연 5.1%)보다 0.5%포인트 올렸다.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간 금리차(1.75%포인트)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만큼, 금리인하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야당에서 지속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민간의 힘을 빌리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규제완화 등 민간 활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방안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본 리쇼어링’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외 자회사 잉여금의 국내 배당과 관련된 법인세 개정으로,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은 올해 59억달러(약 7조8000억원)로 작년의 4.6배로 급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대응책으로 전환하더라도 아직 금리인하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한미 금리차 등을 보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경기 진작 방향은 재정밖에 없는데 이 역시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결국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끄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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