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채권발행 2개월 만에 '해빙 모드'···중소형사도 훈풍불까?

유은실 기자I 2023.06.13 05:00:00

CS 사태로 경색된 채권시장에 온기
교보생명 등 대규모 증권 발행 성공
"킥스 낮은 중소형사, 채권 발행 니즈"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얼어붙었던 보험사 채권발행 시장이 해빙 모드에 들어갔다.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여파로 올해 4월까지만 해도 ‘미매각’이 나왔던 상황이지만 1분기 실적 공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보험사 자금조달 길이 열리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들이 새 회계제도 도입과 재무건전성 지표 개편에 따라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채권발행 시장의 온기가 전체로 퍼져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러쉬’···상반기 2.2조 발행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9곳이 올 들어 발행한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규모는 2조1660억원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보험사에게 자본성증권 발행은 자본 확충에 유용한 방법으로 통한다. 회계에서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인 자본성증권은 유상증자 없이 자본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기준 농협생명(신종자본증권·2500억원), 푸본현대생명(신종자본증권·600억원), ABL생명(후순위채·1300억원), 코리안리(신종자본증권·2500억원), IBK연금(후순위채·2000억원), 하나생명(신종자본증권·1800억원), 푸본현대생명(후순위채·800억원), 교보생명(신종자본증권·5000억원), KDB생명(신종자본증권·2160억원), 신한라이프(후순위채·3000억원)가 이미 발행을 완료했다.

오는 16일 푸본현대생명이 또다시 9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해당 금액까지 합치면 올 상반기 보험사 자본성 증권 발행은 2조2640억원 규모로 뛰게 된다. SVB와 CS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던 3~4월 이후 보험사의 자본성증권이 다시 발행시장에 등판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구체적인 발행시기와 규모를 살펴보면, 올 1~4월 4개월간 발행된 자본성증권 규모와 4~5월 2개월간 발행된 자본성증권 규모가 맞먹는다.

특히 분위기 반전을 이끈 건 교보생명의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성공이었다. 교보생명이 지난 5월 5000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한 뒤 KDB생명, 신한라이프, 푸본현대생명이 잇따라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교보생명·신한라이프·푸본현대생명은 모두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시중자금이 더 몰리면서 모집 총액을 증액하기도 했다.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지속해 나오고 있는 셈이다.

통상 보험사들이 자본조달에 나서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읽힌다. ‘콜옵션 도래’와 ‘새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이다.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성증권은 대개 콜옵션이 있어 이를 만기로 인식한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사들은 자본성증권의 콜을 행사하면서 콜옵션 만기 전후로 새로운 자본성증권을 발행, 조기 상환을 결정해 왔다(차환발행). 또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은 너나없이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자본확충을 해왔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올해 K-ICS(킥스)로 개편되서다.

보험사 ‘상환 결정’↑···“순발행 물량, 중소형사 중심될 전망”

그러나 올해부터는 자본성증권 발행 수요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대형사의 경우 IFRS17·킥스 도입 등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이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킥스 성적표가 우수한 보험사들이 무리하게 자본을 확충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에 향후 킥스 비율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가 자본성증권 발행 시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하반기 중소형사가 기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이 대거 도래한 데다 킥스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이 필요한 시기여서다.

올해 하반기 약 2조2000억원의 자본성증권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데 그중 약 9210억원은 중소형사가 발행한 채권이다. 그중 킥스 도입으로 자본건전성에 자신감을 보인 한화손해보험과 DB생명은 ‘차환발행’이 아닌 ‘상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는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을 상회하기 때문에 차환목적을 제외한 추가 자본성증권 발행 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킥스 비율이 열위에 위치한 중소형 보험사 위주로 추가 자본성증권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마무리 단계이며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중기적 금리는 점차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해소된 이후 차환보다는 상환을 결정하는 곳들이 예년에 비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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