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1월 22일)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적상추(4kg, 10일 기준)가 한달 전에 비해 117%나 오른 것을 비롯, 오이 애호박 시금치 등도 50~70% 올랐다. 배추 양파는 한달 전보다 소폭 내렸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싸다. 지난달 밀어닥친 한파와 폭설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명절 밥상 물가를 좌우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나물류, 가공식품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25만 4300원으로 전년(24만 290원) 대비 5.8% 늘어났다. 2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했는데 이중 22개 품목이 올랐다. 서민 가계부를 위협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전기요금이 ㎾h당 13.1원 인상되면서 4인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이 4000원가량 늘게 됐다. 4월부터는 가스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고 지하철 시내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 대기중이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주부들은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올라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5.1% 올라 24년 만에 최악의 물가고를 겪었는데 올해도 상황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상인들도 한숨을 내쉬기는 마찬가지다. 턱없이 뛰는 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통시장 상인들과 음식점 등의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이다.
코로나19의 터널을 힘겹게 빠져 나왔는데 서민들의 삶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세계경제 침체 속에 우리 경제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고물가·저성장의 난국을 푸는 첫걸음은 물가안정이다. 정부는 지난 4일 30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쿠폰 지원 등을 포함한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통계청이 명절 성수품 33개 품목의 가격 동향을 하루 단위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촘촘한 물가 및 민생안정 대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