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그제(현지 시간) 장중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89.48 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연초 대비 16%, 오미크론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12월초 대비로는 3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폭등세를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서방에 대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끊겨 오일 쇼크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국제유가가 올 3분기에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체감 유가는 이미 100달러 시대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체감 유가, 즉 원화로 환산한 국제유가는 어제 종가(브렌트유 89달러, 환율 1205원) 기준으로 배럴당 10만7245원에 달했다. 이는 고유가가 기승을 부렸던 2014년 8월 수준과 맞먹는다. 당시 국제유가는 103달러였다. 유가 폭등에다 환율까지 치솟아 체감 유가를 100달러까지 끌어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가는 물가를 자극하고 성장률을 떨어뜨리며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경우 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가 1.1%포인트 오르며, 경상수지가 305억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ℓ당 1810원에 이르자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 조치로 ℓ당 164원씩 낮아져 휘발유 값이 165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어제 ℓ당 1742원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예정대로 4월에 종료되면 1900원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6개월 더 연장해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