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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당분간 숲보단 나무를 보자"

이정훈 기자I 2014.01.17 06:06:43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사흘만에 뉴욕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제지표는 여전히 좋았지만, 일부 기업들의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오자 이를 핑계로 차익매물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초부터 이어진 숨고르기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의외로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리 랜즈먼 플래티넘파트너스 대표는 “사실 시장은 이미 오래전에 조정을 받았어야 했다”며 “이렇게 조정이 오랫동안 미뤄지다보니 최근 조정과정에서 장부상 이익이 축소된 투자자들이 갑자기 포지션을 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09년 3월 이후부터 제대로 된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하락시 마땅한 지지선도 없는 상황”이라며 “조정이 본격화되면 의외로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현재 경제는 아주 강하며 기업 실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시장은 이를 이미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에 따라 당분간 개별 종목별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짐 러셀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스트는 “지금까지 발표된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로 혼조세였다”며 “시장은 이런 들쭉날쭉한 실적을 보면서 추세선을 다시 찾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단 숨고르기를 하면서 새로운 추세를 찾는 과정에서 지난해와 달리 업종이나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며 “소매업종과 금융업종간의 괴리가 그런 대표적인 예인데, 본격 반등세를 앞두고 당분간 종목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조정이 끝나고 나면 다시 시장은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는 낙관론이 좀더 우세해 보인다.

실제 이날 장기투자 옹호자로 잘 알려져 있는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올해 증시가 더딘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1만6400선인 다우지수가 올 연말이면 1만8000~1만8500선 내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뭔가가 잘못 되고 있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투자자들은 대개 언제쯤 리스크가 사라질 것인지를 걱정하기 마련이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만, 강세장이라는 건 그런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패블릭 번연파트너스 스트래티지스트도 “올해 증시는 적어도 지난해처럼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일직선으로 올라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으로부터 꾸준히 유동성이 공급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유동성 사정이 그만큼 풍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 역시 “펀더멘털 측면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은 다소 더딘 속도라도 올라가긴 할 것”이라며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테리 모리스 내셔널펜 인베스터스 트러스트컴퍼니 매니저는 “그동안 증시는 아주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이제 시장은 충분히 조정을 받을 만한 상황이 됐다”며 “투자자들도 엇갈리는 실적에 관망모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나올 지표와 실적을 좀더 지켜본 뒤 방향성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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