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는 덴마크의 중장년층에게 세금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지난 5월 만난 덴마크의 40~50대들에게 “한국에선 세금인상을 ‘세금폭탄’으로 여긴다”고 하자, 이들은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으니 우리는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아깝지 않다”고 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은 덴마크가 46.9%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은 29.9%다.
세금에 비례해 두터운 사회안전망에 덴마크인들의 삶의 만족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유엔 보고서에서 덴마크의 행복지수는 7.586점(10점 만점)으로 조사 대상 13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57위에 그쳤다. 실제 덴마크에선 자녀 교육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픈 노부모가 치료를 못 받을 걱정도 없다. 일자리를 잃어도 2년간 실직 전 3개월 평균 임금 대비 75~90%가량을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특히 부모부양, 자녀교육, 노후준비라는 ‘삼중고’에 놓인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와 덴마크 중장년의 처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덴마크의 복지체계는 국민들이 기꺼이 내는 세금과 함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떠받치고 있다. 내가 낸 세금을 정부가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민·관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 주도로 복지체계를 밀착관리하며 복지시스템 무임승차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2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180개국 중 덴마크가 1위이며, 한국은 31위다. 시민단체 데인 에이지(Dane Age)의 데이비드 빈센트 닐슨 컨설턴트는 “덴마크도 코로나19 이후 심해진 양극화 탓에 평균치 이하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간 경제성장에만 집중한 한국도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세금부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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