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한다는데 은행株 뚝…이유는?

김응태 기자I 2022.04.12 05:15:00

4대 시중은행 주가 전월 대비 하락
미국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방침에도 주가 역행
장단기 채권 금리차 역전 등 경기둔화 우려 탓
경기침체 시 대출공급 감소 전망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발 긴축 정책으로 금리 인상이 예고됐지만 은행주는 부진한 흐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방점을 찍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경기 침체 시 은행들이 대출 공급을 축소해 주가 상승 흐름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주가가 전월과 비교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105560)의 이날 종가는 5만9600원으로 전월 고점인 3월24일(6만1400원) 대비 2.9% 하락했다. 신한지주(055550)의 주가도 4만1150원으로 전달 31일(4만1500원)보다 0.8% 줄었다. 하나금융지주는 4만7000원으로 전월 24일(4만9750원) 대비 5.5%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만5450원으로 전월 고점과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인터넷은행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카카오뱅크의 이날 주가는 4만5350원으로 3월18일(5만2800원) 대비 14.1% 내렸다.

은행주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의외다. 통상 기준금리 상승 국면에서 은행주 주가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시장금리 상승 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돼 수익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미국 연준 의원들은 강한 긴축 정책을 예고했다. 7일(현지시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다수의 연준 의원들이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동의한 바 있다.

금리 인상 여력이 높아졌음에도 은행주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경기 둔화 우려 탓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물가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상대적으로 경기 둔화를 용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은 경기둔화 시 부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대출 공급을 줄이고, 이는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의 주가 흐름은 금리보다 경기 전망에 더 좌우된다”고 말했다.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미국의 10년물 채권과 2년물 채권의 금리가 장중 역전됐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장단기 채권의 금리 역전 역시 은행의 대출 공급을 축소하게 한다. 은행 입장에서 장기간의 대출 공급으로 받아야 하는 이자는 줄어드는 반면, 단기 예금 이자는 늘어나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는 말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받는 돈보다 주는 돈이 많아졌다는 얘기”라며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면 금융기관은 대출을 축소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 환경도 부담을 더한다. 최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대출 축소를 고려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0.5% 내외로 내린 바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마진이 감소하는 것이며, 투자자에게도 악재로 여겨진다.

다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고 은행주의 양호한 실적이 부각될 경우 주가 상승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가라앉기 어렵겠지만 은행주의 경우 양호한 실적이 지속되는 데다 시중금리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섹터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편안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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