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전 올해 적자 10조 전망, 전력 정책 수술 미룰 수 없다

논설 위원I 2022.02.04 05:00:00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올해 10조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 등 3개 증권사가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는 평균 10조 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적자 추정치 6조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전력공급을 책임진 한전이 대규모 적자 늪에 빠졌다니 국가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주된 원인은 국제 유가 급등에 있다. 발전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가 최근 7년 만의 최고 수준인 배럴당 90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함에 따라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분기당 한 번씩 발전 원가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해 초에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면서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분기에 ㎾h당 3원 인하됐다가 4분기에 3원 인상으로 원위치됐을 뿐이다. 국제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는 동결된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1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동결 이유로 “코로나 사태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 도모”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명분일 뿐임은 누구나 안다. 진짜 이유는 임기 말 정권의 인기 관리와 여권의 대선 전략에 있다고 국민 다수는 생각한다. 올해 1분기에 동결된 전기요금은 3월 대선을 지나고 2분기부터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차피 해야 할 전기요금 인상을 몇 개월 늦추고 생색을 낸 것이니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처사나 다름없다. 게다가 운영 자금에 압박을 느낀 한전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급속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초래한 발전원가 상승으로 한전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제 연료비 연동제까지 유명무실해졌다. 이에 따른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고장난 전력정책을 상징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연료비 연동제 운영과 전기요금 조정 권한을 정부에서 떼어내 독립적 기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력 정책의 정치 도구화가 더 계속돼서도 안 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