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노조 측이 파업이라는 악수(惡手)를 선택한 것은 공사가 봉착한 재정난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승객 감소, 6년째 동결 중인 지하철 요금, 눈덩이처럼 커지는 무임수송 비용 등 겹악재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11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조6000억원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상급기관인 서울시는 인력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경영혁신으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 역시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 지원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상황이 급반전되지 않으면 다음 달 전국적으로 지하철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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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울 지하철의 재정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5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합병 이후 2019년까지 3년 연속 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공사 측이 꺼내든 카드는 지하철 요금 인상. 서울 지하철 요금은 지난 2015년 현 수준으로 지하철 요금(카드 결제 기준 1250원·현금기준 1350원)이 인상된 후 6년 간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이에 지난해 200~300원 가량 요금을 인상해 재정 적자 보전에 나서려 했지만, 서민 부담 가중을 이유로 내세워 서울시나 서울시의회가 미적거린 탓에 결국 물거품이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대형이벤트를 앞두고 여권 내에도 반대기류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선(대통령선거) 전까지는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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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공사 측은 인력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전체 정원의 10%가 넘는 약 1971명을 감축한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면서 노조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결국 ‘코로나19에 따른 공사 적자 확대→ 요금 인상 요구→ 강도높은 경영혁신 주문→ 구조조정 추진’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노조 측은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의 지하철 공익서비스 손실금 비용 보전 문제는 전국 각 도시철도 노조가 파업에 동참하게 된 이유다. 실제 서울 지하철을 제외하고 다른 지방 도시철도 기관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들 각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 부담을 정부에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무임수송 서비스는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에 따라 1984년(서울 기준)부터 시작됐다.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비용 지원 없이 각 도시철도 기관이 시행 중이다. 다만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3.9%에 불과하던 시절 경로우대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에 이르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전국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최근 4년간 연평균 6000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현재 한국철도(코레일)을 대상으로는 무임수송 비용을 60% 가량 지원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노조가 예고한 다음달 14일에 다른 지역 지하철 노도도 파업에 동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법적 쟁의권을 갖추기 위해 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쟁위 행위 찬반투표,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모두 완료한 곳은 현재 서울 지역이 유일하다. 나머지 인천, 부산, 대구, 대전은 파업 관련 찬반투표가 가결됐지만, 아직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광주는 현재 입금단체 협상이 진행 중이라 다음 달 초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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