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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모빌리티 자회사 통해 한진과 '맞손'…환상의 짝꿍될까

유현욱 기자I 2021.07.16 04:00:00

카카오택배 서비스 본격화…카카오T서 지난달 말 론칭
AI 배송관리·택배차량 자율주행 등 공동 추진도
편의점 택배 서비스 중인 카카오페이와 내부 경쟁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카카오가 모빌리티 자회사를 통해 한진과 손잡고 택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업계 1위끼리 혈맹을 맺은 네이버-CJ대한통운처럼 카카오-한진도 긴밀한 협력관계의 형성을 알리는 신호탄일지 주목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성숙 대표가 선봉에 선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계열사 나름대로 여러 대형 택배사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수준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일 한진과 ‘플랫폼 기반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한진은 지난달 말 카카오T 앱에서 택배 베타서비스(시험운영)를 시작했다. 배송 신청부터 결제, 배송 확인까지 카카오T에서 모두 가능하다. 실제 배송은 한진 소속 택배기사가 맡는다. 비용은 20㎏ 이하의 소화물 배달이 4000원 단일 가격이다.

(왼쪽부터)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 노삼석 한진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사업부문총괄 부사장이 플랫폼 기반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모빌리티는 주력사업인 택시와 대리운전 호출 외에도 공유형 전기자전거, 항공·시외버스·기차 예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에서 사물을 실어나르는 것으로 영역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 말 퀵서비스 기사용 ‘카카오T 픽커’ 앱을 출시하고 퀵 기사를 모집하더니 이번에 택배기사, 간선기사, 집배점장 1만여명을 확보하고 있는 한진과 손을 맞잡았다.

현재 카카오T 이용자는 2800만명, 기업회원은 3만곳이다. 카카오의 자회사를 넘어 모빌리티 분야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기업가치는 최소 4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T의 높은 접근성을 고려하면 한진도 이번 협력으로 점유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한진은 10%대인 점유율을 2023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택배시장 절대강자인 CJ대한통운(점유율 50% 이상)에 이은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현재는 마찬가지로 10%대 점유율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한진은 카카오T 플랫폼 기반 택배서비스 론칭을 계기로 카카오와 협력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이는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지난 6월 경기 군포에 e-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CJ대한통운의 군포 e-풀필먼트 센터에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물류 수요 예측 인공지능(AI)인 ‘클로바 포캐스트’를 적용했고 물류 작업 처리를 돕기 위한 무인 이동 로봇 등도 배치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카카오모빌리티와 한진도 미래사업 영역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양사는 △자율주행 기술 기반 택배차량 인프라 및 시스템 개발 △택배 데이터 및 AI 기술을 활용한 택배 운송 관리 시스템 구축 △무인 로봇을 활용한 건물 내 배송 구현 방안 등을 공동 추진한다.

CJ대한통운처럼 한진에도 카카오의 첨단 IT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양사 협약식에는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도 자리했다. 한진 오너 일가 역시 카카오와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네이버-CJ대한통운과 같은 끈끈한 관계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 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팔아치운 바 있다. 이에 대해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발을 뺐다는 해석이 나왔다. 오히려 네이버가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한편 카카오 계열 핀테크기업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9년 6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제휴해 개인 택배 시장에 먼저 진출한 바 있어 계열사 간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택배비도 4000원으로 완전히 같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각자의 플랫폼에서 따로 택배서비스를 전개 중”이라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한진으로)제휴사 변경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의 배송 서비스는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을 낀 편의점택배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 전자상거래 카카오커머스는 아직 별도 배송 위탁업체를 두고 있진 않다. 입점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배송 등 물류 인프라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필두로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이 참여하는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상품 보관·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하는 연합체)’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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