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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4' 회계법인 선호했던 中기업…최근 토종으로 쏠려

이광수 기자I 2019.04.29 05:45:00

"중국 기업 감사인 리스크 높아"…4대 법인, 中기업 감사 '0'
中기업 감사 가능 법인 14곳…매출액·품질관리 기준 맞춰야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국내 중견·로컬회계법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증시에 입성한 이른바 ‘1세대 중국기업’들은 대체로 ‘글로벌 빅4(PwC·KPMG·EY·딜로이트)’ 회계법인 멤버십펌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신한과 이촌회계법인 등 로컬회계법인들을 감사인으로 선임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감사인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14곳중 13곳이 로컬회계법인 선택해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14개 중국 기업 중 13곳의 외부 감사인으로 로컬회계법인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가량인 6곳이 감사인으로 신한회계법인을 선택했다. 이어 이촌과 다산, 우리회계법인이 각각 2곳의 감사를 맡았다. 최근 감사인을 해임해 외부 감사인이 없는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도 최근 감사인이 신한회계법인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증시에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기업 모두 국내 로컬회계법인과 계약한 것이다.

중국 기업이 처음부터 국내 로컬회계법인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1세대 중국기업’들은 대체로 글로벌 빅4 회계법인 네트워크나 멤버십펌을 선호했다. 일정 규모를 충족시키면서도 손해배상보험 가입 등의 외국법인 감사인 기준을 충족시키는 법인이 한정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상장한 중국원양자원과 연합과기는 딜로이트안진과,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 중국고섬은 EY한영회계법인과 감사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식품공장 △성융광전투자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도 홍콩 등 현지 EY 멤버펌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국내 로컬회계법인으로 쏠리는 이유는 빅4 회계법인이 고객 수임을 주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4대 회계법인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과거 중국 현지 멤버펌에 의뢰를 했는데, (계약을) 하지 말라는 답을 받은 적이 있다”며 “빅4에서도 일부는 초창기 중국기업들과 감사인 계약을 맺은 적 있지만 상장폐지 등을 경험하고 나서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빅4가 감사를 맡았던 중국기업들은 대부분 상장폐지됐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투명성이 낮아서 법인 입장에서도 리스크라고 판단했다”며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중국 기업 감사 가능 회계법인 14곳에 그쳐

로컬회계법인의 특성화 전략도 유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계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로컬회계법인이 중국 기업의 감사를 초반에 맡으면서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자연스럽게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요청이 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을 감사할 수 있는 회계법인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국내회계법인은 △설립 5년 이상·소속 공인회계사 50명 이상·매출액 100억원 이상 △외국회계법인과 감사품질관리 계약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중국기업의 감사인이 될 수 있다. 이들 요건을 적용할 때 국내에서 중국기업의 감사인의 요건이 되는 기업은 ‘빅4(삼일·삼정·한영·안진)’를 포함해 14곳에 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빅4에서 수임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10곳밖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어 가능 인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인력을 갖춘 곳으로 좁힌다면 현실적으로 중국기업 감사를 할 수 있는 있는 곳은 더욱 줄어든다는 게 회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로컬회계법인도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 강도를 높이면서 감사인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기업의 감사를 맡고 있는 한 로컬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중국기업은 리스크가 크다 보니 국내 법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강도로 감사를 하고 있다”며 “최근에 감사를 세게한다는 얘기가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돌며 다른 감사인을 찾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감사인을 바꿨던 A기업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기업에서 감사인을 바꾼 것처럼 돼 있지만 강한 감사 강도를 견디지 못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의 감사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로컬회계법인에서도 인지를 하게 되면 기존의 로컬회계법인도 중국기업 감사를 꺼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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