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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방값 급등… 학생들 "개학이 무서워요"

조선일보 기자I 2007.02.24 09:36:05
[조선일보 제공] “등록금이 인상되는 데다, 대학 근처 방값이 너무 올라서 지방 출신 학생들은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황덕일(22)씨는 “집값 안정이 대학가에서는 남의 이야기”라고 호소했다.

개학을 앞두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오피스텔·원룸의 전·월셋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올리거나, 전셋집을 비싼 월세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직장인들까지 대학가 오피스텔·원룸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면서 공급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방값 급등’과 ‘등록금 인상’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대 근처인 관악구 신림동 일대의 경우, 오피스텔과 원룸의 전셋값이 작년에 비해 500만~2000만원씩 상승했다. 14평형 오피스텔 전셋값은 작년 5000만원에서 최근 6000만~7000만원으로 올랐다.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월 45만원’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 55만~60만원’으로 상승했다. 13평형 오피스텔 전세는 500만원쯤 올랐고, 월세는 ‘보증금 1700만원, 월 35만원’에서 ‘보증금 2000만원, 월 40만원’으로 뛰었다.

신림동 ‘믿음공인’ 정찬덕 대표는 “월세 전환이 늘어난 탓에 전세 공급은 부족해지는 반면, 오피스텔 전세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신림동 ‘화창공인’ 김영황 대표는 “작년에 오른 매매가가 전·월세에 반영되면서, 역세권의 경우 작년에 비해 전세 시세가 2000만원씩 오른 곳도 많다”고 말했다. 방값과 등록금이 동반 상승하자,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 거부 투쟁에 들어간 상태다.

◆원룸·오피스텔 전체적 상승세

‘신촌권’의 연세대와 홍익대 인근도 비슷하다. 마포구 동교동 ‘한강공인’ 박석경 대표는 “18평형 오피스텔의 전셋값은 작년 7000만원 선에서 최근 9500만원 선으로 뛰어올랐고, 월세도 15만원쯤 상승했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13평형 원룸 전셋값은 작년 4000만원에서 최근 4500만~5000만원으로 올랐다. 보증금 1000만원짜리 월세는 작년 30만원에서 현재 40만원 선으로 뛰었다.

한양대 인근 답십리의 오피스텔, 건국대 부근 자양동 다가구 원룸, 경희대 근처의 회기·신설동 오피스텔·원룸도 전셋값은 작년보다 500만~1000만원쯤, 월세는 5만원 안팎 뛰었다. 부산·대전·경북 등 일부 지방대 인근은 오피스텔·원룸 전세 물건이 아예 자취를 감추고 비싼 월세만 나와 있는 상황이다.

오름세는 대학가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의 20평형 오피스텔 전셋값은 작년보다 2000만원쯤 올랐다. 강서구 가양동 17평형 오피스텔의 경우 작년에 비해 전세는 1000만원쯤, 월세는 10만원쯤 올랐다.

◆공급 부족에 ‘1인 가구’ 증가

오피스텔과 원룸의 임대료가 오르는 근본 원인은, 공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이 한창 인기를 끌던 2002년에는 전국에서 11만6933실이나 분양됐지만, 이후 공급량이 계속 줄면서 2005년에는 1만3255실, 작년에는 불과 2628실만 분양됐다.

올해에는 오피스텔 분양계획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세대 주택도 2002년 10만 가구가 넘게 공급됐으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작년에 6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 원룸주택도 공급이 거의 끊겼다.

반면, 오피스텔과 원룸의 주요 수요층인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 가구에서 2000년 222만 가구, 2005년 317만 가구로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개학을 전후해 대학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전·월세 시세의 전반적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정태희 연구원은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주택 수요자들은 일단 집 장만을 미룬 채 전셋집을 찾는 상황”이라며 “이런 수급 불일치 때문에 오피스텔·원룸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에서도 전·월세 오름세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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