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지난해 3계단이나 밀려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 6733억달러로 세계 13위로 추정됐다. 2021년에는 우리 뒤에 위치했던 러시아 호주 브라질이 잇따라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이에 따라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톱10’에 들었던 한국은 지난해에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자리를 잃게 됐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05년 처음으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이를 포함해 2018년, 2020년, 2021년 등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세계 10대 경제대국 지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10~15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의 명목 GDP를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세계 1, 2위인 미국과 중국은 각각 우리의 15배와 10배, 세계 3, 4위인 일본과 독일도 2.5배나 된다. 세계 5~7위권에 있는 영국 인도 프랑스는 1.6배 이상이고 8~10위권에 있는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도 우리보다 30% 이상 차이가 난다. 상당한 격차가 나 당분간 10위권내 재진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경제가 뒷걸음질하는 근본 원인은 성장잠재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순위 하락이 달러 초강세에 따른 환율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달러 강세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한국 원화값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한국경제의 체질이 부실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연평균 성장률이 4~5%를 유지했으나 2010년대 초반에는 3%, 후반에는 2%로 낮아졌으며 최근 들어서는 1%대까지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달 들어서도 수출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업 투자도 부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올리면서도 한국은 0.2%포인트 내렸다. 경제가 총체적 위기 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에도 정부는 위기 인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꺼져가는 성장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강력한 구조개혁에 발 벗고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