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비핵화 정책의 우선 순위를 앞당겨야 할 목표를 갖는다. 한미 정상 간 만남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완성 단계에서 치러지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득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우리로서는 앞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해냈던 싱가포르 선언을 출발점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을 담은 싱가포르 선언을 이어받아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방향이다.
국정수행 지지율 30%선마저 깨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요소는 외교적 해법이 유력하다. 단시일 내 해소가 어려운 내부적 요소보다는 북미 대화를 시작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이 임기 말 국정 동력 확보에 용이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다시 거론하며 상응 조치를 언급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발언을 문제 삼으며 상응 조치를 입에 올렸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앞두고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선다면 북미 관계는 시작도 전에 얼어붙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대(對) 중국 견제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 남을 경우에는 우리 정부에 대한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참여 압박이 거세질 여지도 남았다. 줄타기 외교를 취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미중 갈등이 높아질수록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