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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들이 드시는 약을 고혈압 약이라 통칭하고, 그 약을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만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협심증, 심부전, 부정맥 등 다른 심장질환 치료에도 사용하고, 단백뇨와 같은 신장질환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에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의 혈압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조절이 되기 때문에 혈압을 낮추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작은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벽에 있는 근육들이 긴장하면 혈관이 좁아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어 혈압을 낮춰주는 것이 혈압약들의 주된 작용 기전인데, 근육의 수축을 직접적으로 막아주는 칼슘차단제, 혈관 근육의 수축을 유발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해 주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그리고 알파차단제, 심장에서 펌프해 내는 혈액의 양을 줄여서 혈압을 낮춰주는 베타 차단제 등이 가장 흔히 사용되는 혈압약이다.
그런데 이런 약들은 고혈압 없이 심장병만 있는 환자들에게도, 심장 보호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혈압 여부와 관계 없이 다양한 심장병에 사용된다. 칼슘차단제는 부정맥 치료나 변이형협심증 치료에, ACEI/ARB는 심부전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는 협심증, 부정맥, 심부전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이다. 환자분은 심기능 저하(심부전)가 동반돼 있어 베타차단제를 같이 처방해 드린 것인데, 이를 혈압 치료를 위해 처방한 것으로 오해하신 것이었다.
‘병원에서 쓰는 약을 심장약과 혈압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혈압약을 한 번 쓰면 끊을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약과 관련한 오해다. 병원에서도 약을 처방하면서 설명하긴 하지만, 설명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환자분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 있다. 그럴 때는 주변 사람 말을 믿고 먼저 흥분(?)하지 마시고, 담당의사에게 약의 처방 사유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