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동안 출퇴근전형에 응시하며 근로자처럼 일했는데... 경력이 될 순 없대요"
언론인 지망생인 한모(여·25)씨는 지난해 A언론사 출퇴근전형에 응시했다 고배를 마셨다. 채용이 몰리는 시기라 다른 언론사 면접까지 포기하고 A사 출퇴근전형에 응시한 터라 상심이 컸다.
일주일간 진행한 출퇴근전형은 실제 기자가 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평가를 받는 식이었다. 기사 발제부터 취재까지 일선 기자와 함께 기자업무를 함께 했다.
한씨는 최종탈락 이후 해당 경험을 다른 언론사 면접에서 언급하기 위해 해당 언론사에 증빙서 발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출퇴근전형은 실제 출퇴근을 하지만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채용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기업에서 실시하는 '출퇴근 전형' 절차를 두고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입사를 위한 전형절차 중 한 단계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최종 입사에서 실패했을 때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취업 준비생 이모씨 (24)도 한 민간기업 채용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모씨는 5일간 실시하는 출퇴근전형까지 거쳤지만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이씨는 출퇴근전형의 적은 면접비를 문제삼았다.
이씨는 스냅타임과의 전화 통화에서 "5일동안 사무보조 역할을 하는 등 근무에 참여했지만 면접비로 받은 액수는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절벽이 심각한 가운데 다른 기업 전형까지 포기하고 출퇴근전형에 응시했다"며 "출퇴근전형에 근로의 성격이 있는데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면접비를 받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수험생의 고충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씨가 응시했던 A사의 인사담당자는 "일주일간의 실무전형을 치르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서류전형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류전형에서 소수를 떨어뜨리고 필기전형에서 다수를 떨어뜨렸던 기존 방식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서류전형을 강화하다보니 필기전형의 변별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필기와 면접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겠다는 목적"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응시했던 기업의 인사담당자 역시 "채용 과정에서 근로의 성격이 있다고 해서 면접비를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출퇴근전형에서 부분적으로 근로가 있을 수 있지만 업무에 관한 연수와 면접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근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4주까지 회사에 출퇴근하며 평가를 받는 출퇴근전형은 금융권, 언론사 등을 중심으로 2000년대초 처음 시작한 후 2010년도부터는 다수의 기업이 도입했다.
LG디스플레이, 삼성생명,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2015년부터 현장실습형 채용을 도입했다.
전문가는 채용과 선발 과정에서 출퇴근전형을 포함시키는 자체는 '사업주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성진 변호사 (법무법인 김앤장)은 "현장실습전형의 근로자성을 따져 볼 순 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근로계약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를 제공한 뒤 근로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받으면 근로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직장내괴롭힘 등도 따져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변호사는 "출퇴근전형에서의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퇴근전형이 교육·연수 목적이 아니라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한다"며 "출퇴근전형에서 수행한 세세한 업무 내용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출퇴근전형이 입사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출퇴근전형 기간을 하나의 경력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 스냅타임 오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