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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성장담 없는데…'이웃집 토토로' 왜 떴지?

장병호 기자I 2018.06.13 05:04:00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전략
박기수│296쪽│논형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동체 정신, 생태주의, 반전주의, 동심.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무엇보다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가 그의 작품을 사랑한 것은 순수함을 자극하는 수채화풍의 작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미야자키의 작품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문화콘텐츠학을 연구하는 교수로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양성 중인 저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움직임만으로 온전한 즐거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 드러내지 않지만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독특한 문법, 다양한 중심과 층위에서 비롯되는 주제의 울림, 이 모든 풍성한 소란은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의 깊이고 즐거움이었다”고 말한다.

대표작 ‘이웃집 토토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웃집 토토로’가 극적 갈등이 부재하고 성장담이 누락돼 있다며 “서사의 밀도가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작품이 뛰어난 이유를 미장센과 음악의 탄력적 통합이 서사적 완성도를 채우고 있음에서 찾는다. “움직임 자체도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야자키의 지론을 실천한 작품이란 것이다.

저자는 미야자키의 장편 연출 데뷔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최신작 ‘바람이 분다’까지 10편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으로 분석해 선보인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 대해서는 “진정한 성장에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하면서도 “대중적 지지를 폭넓게 받을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해 보편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해서는 통시적 차원에서 일본 전통문화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공시적 차원에서 현재 일본의 문제를 반영한 점에 주목한다.

미야자키에 대한 감독론이나 작품론은 익숙하게 접할 수 있지만 개별작품을 스토리텔링이란 한 가지 관점으로 깊이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새롭다. 미야자키의 작품에 대한 색다른 분석이라 할 만하다. 다만 기존에 발표한 논문을 하나로 엮다 보니 제목에서 기대하게 만드는 미야자키 작품의 일관된 스토리텔링 전략을 종합하는 총론이 빠진 점이 아쉽다. 후반기로 갈수록 서사보다 이미지에 집중한 미야자키의 작품을 스토리텔링만으로 오롯이 분석할 수 있는 것인지에도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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