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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은행 의존도 8할인데…은행 수익 90%는 ‘이자이익’

정두리 기자I 2024.02.20 05:30:49

5대금융 실적 82%이 은행이 책임지는데
5대은행 수익 93%가 이자이익에만 치중
은행-비은행 균형 포트폴리오 구축 과제로
홍콩ELS 리스크 적은 우리금융 M&A 적기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줄었으나 이들의 주력 계열사인 5대 은행의 실적은 더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자이익으로만 41조원이 넘는 이익을 창출하면서 은행 부문 의존도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금융지주의 출범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7조 2025억원으로 전년 17조 7618억원에서 3.1%(5593억원) 감소했다.

이는 해외 부동산 손실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용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미리 반영한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은 총 11조 949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2022년 총 적립액인 6조 478억원에서 84.45% 증가한 수치다. 또한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등 일회성 비용 처리와 함께 증권과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점도 한몫했다.

이처럼 5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이 5000억원 넘게 줄어들었으나 주력 계열사인 은행 실적은 오히려 확대했다. 5대 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14조 1023억원으로 전년보다 2.6%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금융지주 실적의 8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이자수익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41조 3878억원으로 전년보다 4.9%(1조9266억원) 늘어났다. 비이자 이익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총영업이익(44조 3262억원) 대비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약 93%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이자이익은 국민은행이 9조 870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8조 4027억원, 하나은행 7조 9174억원, 농협은행 7조 7616억원, 우리은행 7조 4360억원 순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올해에는 이자이익에만 실적을 기대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홍콩 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배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은행권의 순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지주사의 오랜 숙제인 비은행 부문의 강화, 특히 비은행 부문의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판매·운영의 새 포트폴리오 구축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비이자 이익 확대 방안으로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 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익증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조직을 정착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해 그룹 시너지가 배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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