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만난 70대 아버지 ‘황혼동거’, 각서 쓰면 어떨까요[양친소]

최훈길 기자I 2023.08.27 08:30:00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아버지는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방 소도시에서 살고 계십니다. 올해 70세인 아버지는 한평생 공무원으로 일하셨고, 몇 해 전 고향으로 가셔서 생활하셨습니다. 고향에는 친척들, 아버지의 친구들이 많습니다. 텃밭도 있고 소소한 일거리도 하시길래 혼자 계셔도 안심하고 있었죠.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오셨습니다. 바쁜 저를 배려한다며 직접 올라오셨는데, 혼자가 아니셨습니다. 60대 초반의 한 아주머니와 함께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버지가 자주 가던 식당에서 일하던 분이었는데, 적적하던 아버지의 말벗이 돼주셨던 모양입니다.

아주머니는 15년 전 이혼했고 지금 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살림을 합치겠다고 합니다. 아주머니와 딸이 아버지 집으로 들어온다는데요. 남사스럽다며 혼인 신고는 하지 않고 우선 같이 사시겠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다니 다행인가 싶지만 걱정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혹시 아버지의 돈을 노리고 아주머니가 접근한 것은 아닌지, 아주머니의 딸까지 함께 산다는데 주객이 전도돼 아버지가 눈칫밥을 먹는 건 아닌지, 두 분이 혼인신고라도 하면 이후 상속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지.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아버지의 동거가 불안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각서를 쓰면 어떨까 싶은데요.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재산을 증여하거나 처분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잘 보살펴 드린다’ 등 이런 내용으로 동거합의서를 쓰면 어떨까요.

-아버지에게 반려자가 생긴 건 환영할 일인데, 아들로서 걱정되는 것이 많아 보이네요.


△아무래도 주변에 돈을 노리고 황혼동거, 황혼재혼을 하고 그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자녀 입장에서 걱정 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연의 경우 두 분만 사는 것도 아니고 상대의 자녀까지 같이 산다고 하니까 더 걱정하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동거가 이어진다면 사실혼 관계가 될까요.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실혼 요건에 해당하면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실혼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혼인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혼인의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같은 집에서 사는 것만으로 사실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 친척들, 지인, 거래처 등 대외적으로 배우자로 소개하거나, 공동생활비를 사용하는 등의 경제적 결합 관계가 인정된다면 사실혼 관계가 됩니다.

-이후에 상속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동거인이나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아버지가 혼인신고를 할 경우 새로운 배우자는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배우자의 상속분은 자녀들에게 상속분의 5할이 가산됩니다.

-사연자인 아들은 각서를 써 앞으로 생길 문제를 사전에 막고 싶어 하는데요.

△동거계약서를 쓰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당사자가 혼인의 의사로 동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을 확실하게 명문화 하는 것인데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증거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한다든지, 상속을 포기한다든지의 내용은 작성하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판례는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상속권 모두 미리 포기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거계약서를 쓰고 시작했다가도 동거 기간이 길어지고 인적, 물적 결합관계가 깊어지면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혼이 인정될 경우를 대비해서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각서를 쓴다고 해서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버지의 동거 후 재산 문제가 걱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버님이 동거하시기 전에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첫째, 아버님은 가족모임이나 외부모임에 동거인을 아내로 소개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자녀들도 동거인에 대한 호칭을 어머니라고 하지 마시고 다른 호칭을 사용하셔서 입장을 분명히 표시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들이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고 교류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아버님이 노년에 혼자 사시다가 마음 맞는 분을 만났는데, 재산 때문에 자녀들이 반대한다면 아버님 마음이 상하실 겁니다. 자녀들도 아버님을 평소에 잘 찾아뵈면 같이 사는 분이 아버님을 잘 보살펴주시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도 확인할 수 있으니 동거 이후 생기는 갈등과 분쟁을 미리 예방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