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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키울 수 있는데…세무사·플랫폼간 꺼지지 않는 갈등

김정유 기자I 2021.10.06 02:00:00

[진격의 플랫폼, 혁신과 공정사이] ⑧세무 분야
법사위 올라간 세무사법 개정안 ‘2조2항’ 문제
작년 7월 포함돼, 세무사단체 입김 작용 추측
“고객층 달라” 설명에도 “무임승차 안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죠. 상황이 이 정도로 될 때까지 대표가 몰랐다는 게 너무 창피합니다.”

최근 국회의 세무사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이하 자비스) 대표가 꺼낸 첫 마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올 때까지도 ‘문제의 법 조항’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허탈함이 묻어져 나왔다.

잇단 고발…세무사·플랫폼간 갈등 첨예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여야 이견으로 결국 통과되지 못한 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다음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여야 간사간 합의가 있었던 만큼 다음 법사위에선 통과 가능성이 높다. 국정감사로 인해 다음달께 법사위 통과가 유력하다.

당초 이 개정안은 변호사들의 세무 업무 제한이 골자로, 세무사와 변호사간 갈등으로 주목을 받은 법안이다. 하지만 ‘세무대리 업무의 소개·알선 금지’(제2조의2) 조항이 지난해 7월(추경호 의원 대표 발의) 갑자기 포함되면서 이 법안은 세무대행 플랫폼 이슈로까지 확대됐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세무대행 업무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약 30곳의 플랫폼 업체들은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스타트업계는 문제 조항이 포함된 배경에 세무사단체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년간 세무대행 플랫폼과 세무사단체 사이엔 갈등과 잡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 법률 플랫폼 ‘로톡’ 등 주요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겪었던 갈등과 유사하다.

올 4월만 해도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세무사법을 위반했다며 자비스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세무사회도 지난 3월 자비스를 포함한 세무대행 플랫폼 업체 7곳을 고소했다. 자비스는 총 5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세무대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 중이다.

세무사단체들은 세무대행 플랫폼들이 기존 시장의 틀을 깨고 전방위적으로 사세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전부터 세무사들이 어렵게 키운 시장을 해당 플랫폼들이 ‘무임승차’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세무대리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플랫폼 업계 “고객층 달라, 소상공인만 피해볼 것”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영세사업자들이 세무사를 통한 세무대리 서비스를 원활히 받지 못했던 것을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실제 삼쩜삼의 경우에도 500만명에 달하는 회원 중 70% 이상이 영세사업자(연수입 1000만원 이하)들이다. 규모가 큰 법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무사들과 주요 고객층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삼쩜삼의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 대행 기준으로 평균 1만4000원 정도의 이용료를 받는다. 반면 세무사들은 연매출 3억원 이상 법인이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주류인데, 지역별·세무사별로 이용료가 천지 차이다.

김범섭 대표는 “세무사들의 주요 고객층은 연매출 3억원 이상의 사업자나 법인 위주여서 그간 영세사업자들은 세무사에게 세무대행 서비스를 받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며 “우리 플랫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로 세무사들과의 고객층이 다르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을 주고객으로 두고 있는 세무대행 플랫폼 ‘세친구’도 갑갑한 건 마찬가지다.

한세옥 세친구 대표는 “당장 우리 서비스가 운영되지 못하면 간단한 세무대행 서비스를 활용해왔던 소상공인들의 세무대행 비용은 2배 이상 올라갈 것”이라며 “결국 법 규제를 통한 모든 피해는 소상공인들이 입게 되는 것이어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은 최근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추진된 것이어서 업계 전반에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이해집단인 세무사들과 플랫폼간 갈등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규제와 잡음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산업과 기존 산업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그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특히 의원 발의 법안의 경우 부처에서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이라며 “거대 기득단체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 법 발의와, 이를 수동적으로 지켜보기만 하고 있는 정부 사이에서 영세한 스타트업들은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이들 플랫폼을 통해 갈등보다 조화와 공생으로 세무대행 시장을 키우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법 개정은 신산업 육성은 물론 소비자 편익에도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신산업 육성, 국민 편익 측면에서 세무대행 플랫폼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법 개정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며 “플랫폼 업체들이 늘어나는 건 결국 세무사 시장 전체로 보면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지고 결국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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