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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이 수능이라면...

정다슬 기자I 2016.06.03 06: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3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 만에 무너졌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구하기에 나선 친구와 함께 나간 공공주택 스터디에서 들은 말이다. 평범한 근로자가 내 집 마련하는 게 부단히 어려워진 시기이다보니 친구 역시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참여한 모임이었다. 거기서 만난 한 직장인은 얼마 전 서울시가 공급한 제32차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청약한 경험을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4월 말 입주자 공모 당시 달라진 가점 기준이 공개되면서 노부모 부양 가점 2점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시프트는 1점으로 등락이 갈리는 만큼 그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시프트 입주자모집에서 달라진 것은 신혼부부 우선공급과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 기준이다. SH공사는 과거 신혼부부 우선공급 입주자를 선정할 때 가점이 같을 경우 청약자의 나이가 많은 순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번 시프트 입주자 모집에서는 청약자의 나이가 적은 순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부양 대상인 노부모가 무주택 세대 구성원에 속하지 않더라도 무주택이어야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불만을 토로한 참석자는 세대원이 아닌 장모가 빌라를 소유하고 있어 노부모 부양 가점을 얻는 게 불가능해진 경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빌라를 급매로라도 처분하던든가 장모님과 상담했을 텐데 이미 공고가 뜬 데다가 부동산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사이 팔리는 것도 아니니 손 쓸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가난한 사람들이나 사는 곳’으로 여겼던 공공임대주택도 이제 서민의 로망이 됐다. 특히 소득기준이 국민임대나 영구임대주택보다 높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세로 살 수 있는 시프트는 많은 이들이 전략적으로 오랜 기간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시프트 신청을 수능에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험 당일 수능제도가 바뀐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나라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누구에게 우선 공급할지는 사업자인 SH공사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수요자에게 이에 대해 알려주고 대응책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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