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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이 돈'..제약사가 고객인 알짜제약사들

천승현 기자I 2015.10.19 02:55:00

신개념 의약품을 제약사에 판매하는 업체들 주목
씨티씨바이오, 필름형 의약품·개량신약 시장 '큰손'
씨엘팜·서울제약, 필름형 복제약으로 사업 확장
풍림무약, 천연물 개량신약으로 의약품 매출 급증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업계에서 기술력을 무기로 새로운 개념의 약을 개발, 실속을 챙기는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약물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거나 차별화된 개량신약을 개발해 다른 업체에 공급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경쟁업체가 많이 팔수록 높은 수익을 거두는 알짜 기업들이다.

◇씨티씨바이오, 필름형 복제약·개량신약 부문 ‘큰 손’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애보트는 이달부터 필름형 B형 간염치료제 ‘필크루드’의 판매에 나섰다. 필크루드는 씨티씨바이오가 애보트에 공급하는 제품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알약 형태의 ‘바라크루드’의 복제약을 물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필름 형태로 만든 제품을 개발, 다국적제약사에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씨티씨바이오 주요 개발 의약품 및 공급 업체 현황(자료: 씨티씨바이오)
최근 들어 씨티씨바이오(060590)는 최근 필름형 제네릭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로부터 연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필름형 제네릭을 개발해 제일약품, 휴온스, 진양제약, 동국제약, 근화제약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세계 1위 제네릭 업체 테바에도 수출됐다.

씨티씨바이오는 세계 두 번째 조루치료제 ‘칸덴시아’를 개발해 휴온스, 진양제약, 동국제약 등에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휴온스 등을 거쳐 동아에스티(170900), 종근당(185750), JW중외제약(001060) 등이 팔고 있다. 국내제약사들이 조루치료제나 필름형 비아그라를 많이 판매할 수록 씨티씨바이오가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한 필름형 B형간염치료제 ‘필크루드’는 한국애보트가 판매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업체들에 개량신약과 제네릭 판매를 성사시키는 성과도 올렸다.

씨티씨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필름형 시알리스는 이탈리아 제약사 메나리니가 판매한다. 메나리니는 최초의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를 판매 중인데, 공교롭게도 조루치료제 경쟁업체인 씨티씨바이오로부터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를 공급받는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올해 초 ‘데스모프레신’ 성분의 야뇨증치료제를 필름형으로 만든 제품을 오리지널 업체인 스위스제약사 페링에 역수출하는 계약도 맺었다. 얇은 종이껌 형태의 필름형 제품은 알약에 비해 휴대가 간편하고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필름형 의약품은 기존 제품과 효능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맛도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약물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하고 쉽게 찢어져서도 안되기 때문에 만들기가 쉽지 않다.

동물의약품이 주력 사업인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0년 SK케미칼의 안산 공장을 인수한 이후 새로운 제형 개발에 매진했고,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홍렬 씨티씨바이오 부사장은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제네릭을 필름형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에 해외에서 먼저 수입을 타진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혈압치료제 ‘올메텍’의 특허를 회피한 제품도 개발, SK케미칼, 진양제약 등에 공급하며 기업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 시장에서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씨엘팜·서울제약- 필름형 복제약..풍림무약, 천연물 개량신약으로 사업 확장

종근당의 필름형 시알리스 ‘센돔’(왼쪽)과 광동제약의 필름형 비아그라 ‘이그니스’는 씨엘팜이 생산한다.
씨티씨바이오에 이어 최근에는 씨엘팜도 필름형 제제를 연이어 선보이며 다수의 제약사들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씨엘팜은 당초 필름형 구강청결제 개발 노하우를 보유 중인 식품업체다. 지난 2011년 광동제약(009290)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아 필름형 의약품 생산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본격적으로 의약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씨엘팜은 필름형 비아그라를 광동제약과 유한양행에 공급한다.최근 허가받은 필름형 시알리스는 종근당, 유한양행, 광동제약, 삼진제약에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는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 증상 완화제도 만들어내 일동제약, 광동제약 등에 판매한다.

중소업체인 서울제약 역시 필름형 비아그라를 화이자에 판매하며 필름형 의약품 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풍림무약은 쑥 성분의 천연물신약 ‘스티렌’의 개량신약을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생산하며 제약사 면모를 갖췄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스티렌은 한때 연간 8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간판 천연물신약이다.

당초 스티렌의 특허는 올해 만료 예정이었지만 풍림무약은 지난 2013년 스티렌의 제조방법을 바꿔 특허를 회피한 개량신약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 제품을 종근당, 대원제약, 안국약품, 제일약품 등에 공급하고 있다.

수십 개 제네릭보다 한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 탓에 스티렌 개량신약은 빠른 속도로 스티렌의 시장을 잠식했다. 풍림무약의 지난해 의약품 매출은 약 2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을 스티렌 개량신약 판매로 올렸다.

이들 업체의 자체 영업력은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씨티씨바이오는 인체의약품 사업부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연구원이며 영업사원은 없다. 상당수 후발 제약사들이 똑같은 수 십개 제네릭을 만들어 영업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는 달리 기술력을 발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많게는 100여개 업체가 똑같은 제네릭으로 승부하는 현실에서 영업력으로 승부를 걸기는 무리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남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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