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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워치)부동산發 금리인상론에 대하여

강종구 기자I 2006.11.08 07:00:00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코앞에 두고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갑자기 불어닥친 부동산發 콜금리 인상론 때문이다.

부동산발 금리인상론의 직접적인 발단은 문제의 국정브리핑 칼럼이다. 저금리때문에 부동산 투기붐이 불고 있고, 부동산에 투자한 후 이자를 내느라 소비가 부진하고, 소비부진으로 경기가 침체되니 저금리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내용. 결국 저금리가 모든 악의 근원이니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초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경제와 금융의 새판을 짜라는 극단적인 논리를 앞세운 이 칼럼의 파괴력은 의외로 컸다. 그저 `어느 강경론자의 주장`쯤으로 읽혔을 수 있는 글이었지만, 다른 곳도 아닌 국정브리핑의 톱뉴스였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이 칼럼은 곧바로 청와대의 마음인양 회자됐고, 회자되면서 파괴력을 키워 채권시장을 강타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최근 두어달 동안 우후죽순 격으로 이상급등한 부동산가격,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인한 가계부채 위기론, 분양가 인하 추진, 주택담보대출 실태조사, 총량규제 필요론 등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부동산 관련 이슈들이 즐비했다.

◇ 거시정책에 `조삼모사`가 가능한가

마침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불안한 부동산시장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저금리가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터라 발언을 조각 조각 붙여보면 `부동산發 금리인상, 청와대-한은 이심전심`이란 그림을 그려 볼 만도 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김수현 비서관이  콜금리 인상 압력을 넣기 위해 한국은행을 방문했다는 루머는 결정타가 되기에 충분했다. 7일 채권시장은 일순간에 혼란으로 몰고간 이 루머에 대해 청와대측은, 개인적으로 이총재와 아는 사이인 김비서관이 6일 한은을 인사차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정책과 관련한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사실 확인이 오히려 심증을 굳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채권시장의 상황은 불과 한달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경기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한은의 전망을 "현실감각도 없고 편향된 시각"으로 몰아부치던 채권시장이었다. 금리인하 가능성의 퍼센트(%) 크기를 놓고 하는 왈가왈부가 주요 토론 거리였지, 최소한 가까운 시일내 금리인상은 안주거리가 되지 못했다.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이 시장이 헷갈리는 핵심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경기가 사실상 불황"이라며 경기부양론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 산업자원부는 노골적으로, 재정경제부는 우회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 또는 부탁했다. 

우스꽝스럽게도 `청와대 금리인상 압력설`이 돈 7일에도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이라는 경제 일부의 이유로 금리를 흔드는 것은 언제나 반대다. 적절하지 않다. 금리는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 전체 영향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돌이켜 보면, 시장에 금리인하 기대를 키웠던 것도 정부發 경기침체론이고, 금리 인상 루머가 생산 및 확산된 배경도 정부發 부동산 규제론인 셈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던 정부정책이 불과 한달만에 부동산가격을 잡아야 겠으니 금리를 올려야겠다는 식으로 바뀐다는게 우습지 않은가.

◇ 경기부양도 하고, 부동산도 잡는 방법..금리정책을 동원않는 것

한국은행이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그와 동시에 경기부양에 보탬을 주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 어느 한쪽에 금리정책으로 협조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쪽은 포기해야 한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을 포기하는 것이고,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경기부양에 역행하는 일이다.

경기부양과 부동산가격 안정 둘 다를 위해 금리정책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면, 경기도 좋고 부동산이 문제가 되는 쪽과 경기도 나쁘고 부동산가격이 오르지도 않는 쪽으로 나라를 나누고, 각각 중앙은행을 따로 설립해야 가능할 일이다.

나라를 쪼갤 수도 없고 경기부양과 부동산 가격 안정, 두가지 정책목표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 타협은 의외로 간단해 질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나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서나 금리정책이 동원되지 않으면 된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안정정책과 경기부양정책은 모두 `포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청와대의 부동산 안정 정책과 정부 여당의 경기부양론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 청와대가 금리를 올려서라도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는데, 재경부 차관이 그것은 안되겠다고 맞받아쳤다는 식의 해석인데, 아무래도 코미디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이번 콜금리 논란이 허구인 이유는 주인공(한국은행)이 빠져 있고 객들만 득실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마치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방향이 정해지면 한국은행은 무조건 따를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라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분위기이지만, 혹시 양쪽 모두 떡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결과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리든, 금리를 올리든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하방위험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기는 소프트패치 국면이며 향후 재상승할 것"이란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일이 된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금리정책에 부동산도 고려하지만, 부동산만을 위해 금리정책을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된다"는 그간의 주장은 공허해진다.

최근의 부동산발 금리인상론은 부동산 거품에 대한 한은의 접근 방식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청와대에 했던 코치(?)와도 어긋난다. 당시 한국관련 내용이 추가돼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 `주요국 주택가격의 파급시차와 국지성` 에서 한은은 "통화정책의 경우 경제전반에 걸쳐 무차별한 효과를 미치는 만큼 국지적 버블 차단을 위한 정책기조 변경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급등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상승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전국적 확산을 막아야 하지만, 그 방법은 효율적인 주택공급 시스템, 장기주택금융의 제도적 기반 구축과 함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조정과 같은 미시적 규제수단이 병행돼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부동산 경기가 전국적으로 거품확산이 우려되는 단계이고, 거품 붕괴시 거시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한국은행도 당연히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이 경기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래야 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리는데는 상당한 근거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통화였던 관계로 실명을 밝힐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

"금리를 한두번 올리고 말 것이라는 인식을 주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잡을 수 없다. 오히려 금리인상후에는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더 몰리는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부동산 가격을 정말 잡고자 한다면 기대심리가 잔존할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금리인상의) 끝을 상정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위험이 너무 커서 경기침체를 각오하고서라도 잡아야 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 한은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지금 경기부양을 이유로 금리를 내린다거나, 부동산을 잡는 목적으로 금리를 올린다면 이성태 총재가 취임때부터 최우선으로 강조해 온 `정책의 일관성`이 심하게 깨지게 된다.

"이제 향후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유념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을 일관성 있게 운용하려면 경제의 중장기 흐름을 앞서 내다보는 안목을 지녀야 합니다"(이성태 총재 취임사에서 인용)

이 총재는 일관성 있는 정책의 중요성은 여러차례 강조했다. 취임 이후에도 한은 창립 기념사에서, 그리고 지난 몇 차례의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반복해 언급해 왔다.

지난 8월 콜금리 인상 이후 "콜금리 수준이 그럴싸해졌다"며 금리인상을 잠정(?) 중단했고,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하겠다"고 해 아래와 위를 동시에 열어뒀다. 그리고는 재차 "통화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말은 곧 한은이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같다. 현재의 금리가 여전히 적정수준을 밑도는 수준이고, 유동성은 풍부하다고 보는 한은으로서, 경기가 상당한 강도로 회복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잡히면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이다. 이때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금리인상의 근거중 하나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총재가 지적했듯이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유가의 재반등 가능성, 지정학적 위험 등 하방위험이 현실로 나타나, 경기가 기대와는 달리 연착륙되지 않고 빠르게 냉각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추가 금리인상을 포기하거나 금리를 내려야 할 지 모른다.

지금 부동산만을 위해 금리인상을 할 수 없다면 그 가장 큰 이유는, 경기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금리인상(예를 들어 단 한번 25bp 정도의 금리인상)으로는 부동산값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금리로 부동산값을 잡으려면 한은이 콜금리를 올릴 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따라 올라야 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콜금리목표를 모두 1.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인상의 배경은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었고, 그로 인한 가장 큰 부작용중 하나가 부동산 거품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9월까지 1년동안 고작 0.41%포인트 올랐다. (물론, 그간의 금리인상이 언젠가 한꺼번에 반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주택담보대출 열기를 식히려면 금리가 얼마나 올라야 하고, 그 정도 금리를 올리기 위해 콜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할까.

한은이 가진 칼(금리인상)은 매우 커서 크게 휘두를 수는 있어도 한곳을 정해 예리하게 찌르지 못한다. 또한 무뎌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을 휘둘러야 한다.

채권시장은 오히려 `부동산발 금리인상론`과 별개로 최근 한달여간 보여준 금리정책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흥미를 느끼게 한다. 8~9월 금통위 이후 내년초 금리인하 가능성→금리인하 불가론→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의 경로를 밟아온 시장의 인식변화가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의 무게중심 이동을 설명해 주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어차피 부동산 문제가 콜금리 인상에 저울추 하나를 얹는 역할은 언제든 가능한 것이었고, 마침 "이렇게까지 채권금리가 떨어져야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팽배했던 차였다면, 금리의 여건이 바뀌고 있다는 본능적 지각이 `부동산發 금리인상론`을 빌미로 삼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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