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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학교 ‘저항國歌’ 유행

조선일보 기자I 2006.05.30 07:21:25

‘기미가요’를 종군위안부의 恨 가사로
영어가사로 발음 흉내 인터넷 통해 급속 확산

[조선일보 제공] 일본 국왕의 영원한 통치를 기원하는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종군위안부의 사무친 한(恨)과 진실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바꾼 저항가요가 일본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국가 제창을 강요하는 데 대한 학교현장의 ‘새로운 사보타주(소극적 거부) 수단’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미가요’는 ‘천황의 통치가 천년 만년 이어질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메이지시대 이후 군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 국가로 사용됐다.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 후 폐지됐으나 1999년 일본 정부는 국기국가법을 제정해 ‘기미가요’를 국가로 다시 부활시켰다. 이후 일본 학교들이 졸업·입학식에서 ‘기미가요’ 제창을 실시해 “일왕을 위한 죽음을 강요하는 군국시대 발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개작곡의 제목은 ‘Kiss me(나에게 키스를)’. 영문 가사로 ‘기미가요’의 일본 발음을 교묘하게 흉내냈다. 예를 들어 ‘천황의 치세는’을 뜻하는 ‘기미가요와’는 ‘Ki(ss) Me, girl, your old one’. 일본 사람들은 이 영어 가사를 ‘키(스)미가(루)유아(오루도완)’이라고 발음한다. ‘천대에서 팔천대까지’를 뜻하는 ‘치요니야치요니’는 ‘Till you’re near, it is years till you’re near’. 일본식 발음은 ‘칠유아니아(이토이즈이아스)칠유아니(아)’다. 괄호 부분만 작게 노래해 얼핏 들으면 ‘기미가요’를 부르는 듯하지만, 사실은 종군위안부의 한을 노래하는 내용〈표 참조〉이란 얘기다.

이 신문은 “이 가요가 지난 2월 졸업식 시기부터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 제창을 반대하는 그룹이 인터넷을 통해 이 노래를 “기미가요 개사곡의 걸작” “부득이 하게 ‘기미가요’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마음 속 저항을 지탱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영문 가사의 의미는 난해하지만 일본 소녀가 일본 정부에 배상청구를 제기한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죽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생각한다는 설정”이라며 “황실에 대한 경모(敬慕)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애국심 교육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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