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론 정년 없애야"…'임금체계 개편'엔 한목소리

서대웅 기자I 2024.06.17 05:00:00

[제2회 '좋은 일자리 포럼']
연금 수령 공백기 메울 대안으로
계속고용이든 정년 연장이든 도입해야
고용 연령 늘리면 청년 일자리 줄어
고령자 노동시간 단축 등 절충 필요

[이데일리 서대웅 김은비 기자] “‘의무 재고용’(계속고용 의무화)에 적극 공감한다.”(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해외는 정년을 폐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론 없애야 한다.”(이정 한국외대 교수)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경합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14일 서울 중구 KG타워 KG하모니홀에서 일자리연대와 이데일리·이데일리TV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좋은 일자리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이영면 동국대 교수의 기조발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승호 연구위원은 “2016년 이후 정년에 도달한 사람을 분석한 결과 14.5~17%가 정년까지 일한다”며 ‘계속고용 의무화’를 제언한 이 교수 발제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정년을 연장해도 전체 고령자 중 20%만 그 정책 대상이 된다”며 “이 정책만으로 전체 고령자 삶의 질 개선, 사회복지, 재정지출 감축 등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열린 ‘제2회 좋은 일자리 포럼’에서 이채필(맨 왼쪽) 일자리연대 상임대표(전 고용노동부 장관)를 좌장으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상임대표, 이정 한국외대 교수, 권기욱 건국대 교수,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한승상 트랜스 대표,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영면 동국대 교수.(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년연장은 일부 근로자만 혜택”

이 연구위원은 “의무 재고용을 도입하면 정년연장보다 숙련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고령자 특성을 고려해 경영환경을 바꾸는 기업에 인증을 부여하고, 정부가 이러한 기업에 우선 지원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론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 전문가 위원인 권기욱 건국대 교수도 “노령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이 지속 상향 조정되는 제도 변화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정년을 연장하는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단기간 내 추가적인 정년 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의무고용 연령 도입과 같은 중간단계 성격의 제도 도입이 사회적 대화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정년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연령을 차별해선 안 된다며 정년제도를 폐지했다”며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론 정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중기적으론 연금수급 연령에 맞춰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독일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도 정년을 연금수급 연령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트랜스’를 운영하는 한승상 대표(일자리연대 청년대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정년연장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정년연장으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은 고령층마저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노동계, ‘세대간 상생 일자리 생태계’ 제안

토론자들은 정년연장이든 계속고용이든 고용연령을 늘림에 따라 청년일자리가 축소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장년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정 교수는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연공급을 기반으로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 비용 증가분에 대해선 임금체계 개편 및 조성금 지원 등으로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경합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세대간 상생’을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계속고용을 의무화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고령 재직자 확대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세대간 상생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년연장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청년층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고령자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55세 이상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20% 단축하면 34세 이하 청년층의 신규 일자리를 36만3000개 신규로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정년연장으로 늘어난 기간엔 점진적 퇴직 일환으로 ‘노동시간 단축 청구권’을 활성화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는 청년고용으로 연결하자”고 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이채필 일자리연대 상임대표(전 고용노동부 장관)는 종합 강평으로 “고용주가 근로자 능력을 평가하고 생산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인재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관건이며, 합리적인 임금 조정으로 바꾸는 작업이 연동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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