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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일시·피해 특정 못한 공소장…대법 "부득이한 경우엔 유효"

성주원 기자I 2023.01.08 09:00:00

어린이집 운영 A씨, 특별활동비 편취 등 혐의 기소
1심 공소기각·2심 검사 항소 기각→대법 파기환송
"포괄일죄 공소사실 특정 법리 오해…다시 판단"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공소장에 범죄 일시·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어도 범죄 성격에 따라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공소제기가 위법하지 않고 효력에도 영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기·영유아보육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은 피고 A씨에 대해 공소기각했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학부모 290명으로부터 매월 특별활동비 및 교재비 등 필요경비 명목으로 원아 1인당 17만원을 납부하면 전액을 항목별로 특별활동 교재·교구 구입비로 사용할 것처럼 속여 총 5억7120만원을 어린이집 계좌로 입금받은 후 일부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교재판매회사 대표인 B씨와 공모해 B씨의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2억433만6000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준 뒤 교재를 구입한 것처럼 속여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경비 중 1억5200여만원을 대출금을 변제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피해자가 실제 기망당한 날이나 처분행위를 한 날이 특정돼 있지 않는 등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돼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춰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의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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