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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의 심부전과 살아가기]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이순용 기자I 2021.06.20 07:32:40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64세 건장한 남자분이 호흡곤란으로 내원했다. 환자분은 당뇨와 혈압이 있었는데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 검사를 진행하니 혈관 하나가 좁아져 있었고 스텐트를 삽입했다. 그렇지만 환자는 지속적으로 걸을 때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다른 병이 함께 동반된 것이 아닌지 의뢰가 되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심장 초음파 검사상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었음에도 심근벽이 많이 두꺼워져 있었고, 심장의 수축 기능은 정상이지만 심근벽이 두꺼워져 잘 펴지지 않으면서 이완기 장애가 두드러졌다. 심근벽이 두꺼움에도 심전도는 오히려 너무 적은 전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환자는 심장 아밀로이드증이 의심이 되어 검사를 진행하고 확진되었다.

아밀로이드증은 생소하겠지만, 단백질의 형성 과정에서 형태에 이상이 생겨 여러 장기와 조직에 섬유질이 형성되는 질환이다. 이렇게 쌓인 단백질 덩어리는 아밀로이드 침전물이라고 부른다. 아밀로이드 침전물은 잘 분해되지 않아 여러 장기에 침착이 되고 아밀로이드가 쌓인 장기는 점차적으로 기능이 저하된다. 위의 환자는 심장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된 아밀로이드증 환자로 심장 침범은 예후가 가장 나쁘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밀로이드증을 보는 메이요 클리닉에서 만든 병의 단계에서도 4단계로 진단 후 평균 6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직 60대 밖에 되지 않는 건장한 남자분인데, 가족과 환자분들은 얼마나 낙심하셨을까. 그러나 환자분은 항암치료와 심부전 치료를 병행하면서 가족과 의료진의 정성과 사랑으로 가족분들과 여행도 다니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며 4년 이상을 더 생존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분들에게는 짧을 수도 있겠지만 진단 후 평균 6개월 정도의 생존율을 보인 결과에 비해 8배의 기간을 더 사신 거니 가족과 의료진의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환자는 점차 기력이 쇠해지고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 중 병실에서 심부전에 의한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었다. 심실 세동에 의한 심장 마비로 심폐 소생술을 하며 큰 전기 충격을 주었더니 동율동으로 돌아오면서 환자가 깨어났다. 심폐 소생에서 깨어난 환자는 그 순간에는 주치의인 나만 알아보았다. 환자가 일어나서 이야기하길. 하늘 구름 위에서 수레를 끌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가 급하게 달려오더니 환자의 등을 ‘탁’ 치면서 일어나라고 했다고 한다.

환자가 죽으면 정말 하늘나라에 올라가게 되는 걸까. 어느 누구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줄 수 없고,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질병에 의해 죽음이 예측이 될 때, 가족과 의료진의 헌신과 사랑, 점차 발전하는 의료 기술로 제대로 치료를 받는다면 이 환자 케이스처럼 죽음 전, 가족들과 더 오래 좋은 시간들을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환자는 심폐소생술 후 회복되어 제세동기를 삽입한 후, 가족과 1년 반 동안의 시간을 더 보낸 후 더 후회 없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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