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성조숙증으로 치료 받은 아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국내 어린이는 2007년 9800여 명에서 2016년에는 8만6000여 명으로 10년간 약 8.7배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치료가 늦거나 방치되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위험이 높아져 의심 증상 발견 시 바로 내원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 여아 9세, 남아 10세 미만 2차 성징 잘 살펴야
사춘기는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4~5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사이에 시작된다. 하지만 사춘기가 이른 시기에 와 2차 성징이 평균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는데 이를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여아의 경우 9세 미만(만 8년 364일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초경을 하고, 남아는 10세 미만(만 9년 364일)에 고환이 커지는 것을 성조숙증으로 정의한다.
성조숙증은 발생 원인이 명확하진 않지만 호르몬 이상이 어디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2종류로 나뉜다. 시상하부나 뇌하수체의 사춘기 조절 호르몬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면 ‘진성(중추성) 성조숙증’으로, 고환, 난소, 부신 등에서의 성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발생하면 ‘가성(말초성) 성조숙증’으로 분류한다. 호르몬 이상과 관련해 비만이 성조숙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사춘기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증상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는 유방 발달 또는 초경이 일찍 시작되고, 남자아이는 고환 부피가 4cc 이상으로 커진다.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이 크고 골연령이 본래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서는 경우엔 전문의와 상담하고 성호르몬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2차 성징이 보이고 골연령이 1년 이상 앞서면서 성호르몬 검사에 이상 소견이 있으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 시기 놓치면 최종 성인키 작아질 수 있어
성조숙증의 치료의 목적은 성장 속도를 평균화하고 최종 성인키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성조숙증 치료는 아이의 스트레스도 줄여줄 수 있다. 이 연령대의 어린이들은 또래 집단과의 동질성을 중요시하는 특성이 있어 신체에 콤플렉스를 느껴 스트레스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특발성(원인 불명) 진성 성조숙증인 경우 사춘기 지연치료를 한다. 성선자극호르몬(생식샘을 자극하는 기능을 한다)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를 늦추는 성선자극방출호르몬(GnRH) 유도체를 4주 간격으로 주사한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의 성조숙증 치료지침에 의하면 GnRH 자극시험에 사춘기 수준 반응을 보이고 골연령이 원래 나이보다 앞서면서 사춘기 징후가 빠른 경우, 그리고 조기 사춘기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에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가성 성조숙증인 경우엔 원인에 따라 성호르몬 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수술을 실시한다.
치료는 진단 받는 순간부터 시작하는데 여자 아이인 경우 11세, 남자아이인 경우 12세가 될 때까지 치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골연령이 여아 12.5세, 남아 13세가 되면 생물학적 나이가 11세, 12세에 이르지 않았어도 중단할 수 있다.
◇ 비만, 스트레스, 환경 호르몬이 위험 인자
아이의 성조숙증을 예방 및 조기 발견하는 데는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성조숙증은 원인이 불분명하지만 비만 아동의 경우 체중을 조절하면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세포 외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경 호르몬도 성조숙증 위험 인자로 지목된다. 보호자는 아이가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고 고지방·고칼로리 식품 섭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많이 받지 않고 정서가 안정될 수 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일 아이가 자기 혼자만 성장이 유독 빨라 힘들어 한다면 보호자는 사춘기는 모든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 과정인데 단지 친구들보다 빨리 찾아온 것뿐이라 이해시키면 좋다. 합성수지 재질은 환경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보호자는 아이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사 먹는 음식의 재질, 성분, 포장 용기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
박기용 대전선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성조숙증은 치료를 최대한 빨리 시작돼야 하므로 의심 증상을 발견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면서 “성조숙증 문제로 병원에 오는 아이의 다수는 여자아이인데, 이는 남자아이의 2차 성징은 외관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워 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