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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국의 가해 역사 인정한 '日 대학생들의 용기'

이윤정 기자I 2024.04.10 03:10:00

우리가 모르는 건 슬픔이 됩니다
히토쓰바시대학교 사회학부 가토 게이키 세미나|244쪽|해피북스투유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일관계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일본 대학생인 구마노 고에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위안부 제도를 만든 민족·젠더·계급 차별이 여전히 일본 사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일본이 한국에 행한 가해의 역사를 마주한 일본인 대학생들의 고민과 사투를 그렸다. 이들은 히토쓰바시대학교 사회학부 가토 게이키 세미나에서 활동하며 일본인의 가벼운 가해 인식에 상처받은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자국의 역사와 잘못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 편에 서서 함께 혐오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연히 들어간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왜곡되지 않은 한일 역사를 알게 됐다. 그리고 과거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일본 사회에 분노했다. 여태 이 모든 걸 외면하고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스스로에게 실망감마저 들었다. 답답함은 세미나 활동을 할수록 묵직한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일본 사회에는 한국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조차 일본 내에서 ‘반일’ 그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BTS 멤버 중 한 명이 원자폭탄 투하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문화나 K팝을 좋아한다고 하면 부모님과 싸우게 되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저자들은 일본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결국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외면해 왔던 한일 역사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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