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장님이 매입한 주식, 올랐을까

김겨레 기자I 2022.03.28 05:02:16

오너·대표 주식 매입 기업 10곳
5곳은 주가 상승…4곳은 하락
SKIET, 대표 지분 매입 후 16%↑
"개인 지분 매입, 시장 영향력↓"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최근 주가가 부진한 기업을 중심으로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회사 주식을 장내매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매입하는 지분의 규모가 크지는 않아 주가 향방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오너 지분 매입 기업 40%는 주가 하락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지분을 매입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총 10개 기업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 중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곳은 절반인 5곳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중 4곳은 공시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고, 주가가 움직이지 않은 곳은 1곳이었다. 대표이사나 오너가의 지분 매입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 셈이다.

상승률도 천차만별이었다. 대표이사의 주식 매입 이후 주가가 10% 이상 눈에 띄게 상승한 곳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 IET)와 바이온(032980) 등 두 곳 뿐이었다. SK IET는 지난 17일 노재석 사장이 10억7000만원 어치의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SK IET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날까지 15.91% 급등했다. 노 사장이 1주당 평균 10만7626원에 주식을 매입한 것을 고려하면 이날까지 일주일여 만에 1억9874만원의 평가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온(032980) 역시 지난 4일 김병준 대표가 주식 20만주를 주당 678원에 매수하면서 당일에만 13.08% 급등했고, 이후에도 상승기조를 이어가면서 이날까지 16.26% 주가가 뛰었다.

젠큐릭스(229000)는 지난 16일 조상래 대표가 7591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5.34% 올랐다. 동성케미컬(102260)은 지난 10일 백진우 대표가 보통주 2096주를 주당 4748원에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한 이후 주가가 0.85% 올랐고, 강스템바이오텍(217730)의 경우 지난 16일 나종천 대표의 1만주 주식 취득 공시 후 소폭 오른 0.16%의 주가 상승율을 기록했다.

회사 아닌 개인 자사주매입 효과 크지 않아

반면 대표이사나 오너가의 지분 매입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많았다. SG(255220)는 박창호 대표가 지난 14일 1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공시했지만 이날까지 주가가 7.99% 하락하면서 가장 손실률이 높았다.

NAVER(035420)는 대표의 주식 매입이 주가에 별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난 21일 최수연 대표가 1억원 어치를 매수했다고 공시했지만 네이버 주가는 이날까지 3.34% 하락하면서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태 이후 정몽규 회장이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HDC(012630)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정 회장의 지분 매입 공시가 있었던 지난 17일 이후 주가가 1.68% 하락했다. 크래프톤(259960) 역시 지난해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가 최근 20만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공모가(49만8000원) 이하까지 내려가자 장병규 의장이 지분을 매입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 7일 지분 매입 공시 이후에도 크래프톤 주가는 1.42% 떨어졌다.

마크로젠(038290) 역시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주식 매입이 주가에 크게 영향을 주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김창훈·이수강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들이 총 7억원 어치의 주식을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지만 전날과 같은 2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경영진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향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한편 그만큼 책임감 있게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은 통상 경영진의 지분 매입은 주가 상승 신호, 경영진의 지분 매각은 주가 하락 신호로 받아들인다. 다만 이러한 경영진의 의지 표명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무조건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땐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규모여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경영진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는 아니며, 이 보다는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