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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난민·이민 정책 재정립할 때

최은영 기자I 2018.07.11 05:00: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해 12월 말레이시아를 통해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인 561명중 486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난민 수용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유럽 국가에서는 전문직이 아니면 외국인이 취업을 하고 정착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전쟁 지역의 피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몰려들어 일부 국가에서는 난민을 도와주
면 형사 처벌한다는 법이 있을 정도로 유럽도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해 ‘특별 허가 방식’으로 수산업, 양식업, 요식업 등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자리에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제주도 민간단체들은 정부가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이들에게 “취업지원을 나선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랜 기간을 거쳐 준비하고 취업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도 어려워하는 일자리에서 예멘 난민 상당수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30일자로 출도(육지부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으나 이 중 일부는 제주도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멘 난민을 알선한 불법 취업 브로커가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며 난민법을 개정해 규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0만 명을 넘어 서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배우 정우성이 난민을 옹호하는 소신 발언을 하였으나 “제주난민 포비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을 혐오한 일본인들 같다”는 여론은 소수이다.

예멘 난민 사태가 불거지자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주 지역의 무비자제도가 예멘 난민 문제 뿐 아니라 여러 국제 범죄의 통로가 된다는 취지에서 제주도의 무비자제도를 폐지하자는 의원입법이 발의되었으나 진보, 보수 정당 모두 난민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의 지위와 처우를 규정한 난민법을 제정하여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 6년간 누적신청자 3만 5000명중 521명만이 허가를 받았다. 법무부는 10월 말까지 예멘 난민신청에 대한 자격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인데, 대부분의 예멘 난민이 지위 인정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로서의 우리나라의 지위, 인권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난민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나, 예멘 (경제적 이주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는) 난민 사태는 최악의 출산율 등으로 2026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서 미래 성장 동력을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우리가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수립하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난 7월 5일 4개월간의 고심 끝에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저출산 대책이 2006년 이후 126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가 없었던 현금 지원 중심의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데 그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주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이주 허용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토론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출산율이 올해부터 높아져도 태어나는 아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문직, 동포 및 동포 후손, 고용허가제 하의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은 한시적 기한 내에 제한적으로 취업이 허용되고 결혼이민자만이 취업에 제한이 없는데, 각 부처별로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되기 때문에 이민정책의 중장기적 비전이 없고 부처 간에 영역 다툼이 심하다. 이민정책의 큰 틀을 짜고, 그 틀 안에서 외국인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적극적인 대외 지향적 수출 신장 정책으로 성장하여 온 우리나라가 노동시장 운영에 있어도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와 인식을 가져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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