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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보개혁 해부)④의료관광 `절호의 기회`

지영한 기자I 2010.05.14 00:36:15

이데일리-한국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소 공동기획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지난 2006년 매사추세츠 주 정부는 주내 거주자에 대해 건강보험을 강제하는 건강보험 개혁을 시행했다. 그러나 의료비용이 상승하고 전문의 진료를 받고자 환자가 대기하는 시간이 급증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2008년 기준 5년간 매사추세츠주의 의료비용 상승률은 40%로, 미국 전국 평균 33%를 웃돌았다. 또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한 대기 시간은 피부과가 50일에서 54일로, 산부인과가 45일에서 70일로, 정형외과가 24일에서 40일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방정부차원에서 마련된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법`은 매사추세츠와 비슷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의 의료비가 해마다 많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건보 개혁은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나단 에델하이트 의료관광협회(Medical Tourism Association) 대표이사는 "건보 개혁은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비 절감에 필요한 조항들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이로 말미암아 의료비와 의료보험료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건보 개혁이 의료사고와 자기방어적 의료행위 등 의료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들뿐 아니라 약값, 소모품 비용 등에 대한 내용도 다루지 않았고, 과거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보험가입 제한 완화, 보험혜택의 상한제한 삭제 조치로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의 의료보험료를 더욱 높이리라고 전망한다.

◇ 건보 개혁의 어두운 그림자..보험료 상승과 서비스질 저하

미국의 의료비 지출규모는 2007년 기준으로 2조2600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6.1%나 증가하는 등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건보 개혁법은 보험사들의 폭리를 막으려고 의료보험사가 보험료 수익의 80%(개인 및 소기업보험)~85%(대기업 보험)를 의료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지만, 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건보 개혁으로 말미암아 올해 미국의 건강보험료가 크게 상승하고, 3200만명의 보험가입이 의무화되는 2014년부터는 더욱 빠르게 인상되리라고 우려한다. 더욱이 건강보험료가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의 의료서비스는 의료진 등의 공급이 한정된 가운데 건보 개혁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의 의료시장은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로는 미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2.7병상으로, OECD 평균 3.8병상은 물론이고 한국의 7.1병상을 크게 밑돈다. 또 미국인의 연간 내과 방문횟수는 3.8회로, OECD 평균 6.8회, 한국 11.8회보다 훨씬 적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 개혁을 통해 3200만명이 신규로 민간의료보험 내지 메디케이드(용어) ·CHIP(용어) 등 정부 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함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 수요는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의 의료자원 공급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고, 의료기관 이용을 위한 대기시간도 크게 늘리는 반면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을 단축하게 해 의료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 건보 개혁은 미국인 환자유치의 `청신호`

▲ 미국의 건보 개혁은 한국의 건강관련 여행수지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따라 건보 개혁은 미국인 환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에는 호기가 될 수 있다. 미국 의료관광협회의 에델하이트 대표는 "많은 보험사와 기업주가 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의료관광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연구원 뉴욕지소장인 조도현 박사 역시 "미국의 의료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자가의료보험(self insurance)(용어)을 가진 기업주의 의료관광 옵션을 통한 의료비 절감 노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작년부터 미국 자가의료보험과 제한적 의료보험(Limited Medical Insurance)(용어)을 통한 유치 모델을 개발하면서, 가시적 성과 나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건보 개혁으로 미국인 대부분인 95%가 보험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해 국외로 이동하는 무보험 인구는 감소할 수 있다. 무보험자들이 보험 가입으로 미국 내에서 치료를 받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보험자들이 자주 찾던 동남아 지역의 의료관광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의료관광의 또 다른 소비 분야인 성형이나 치과 등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서비스의 경우는 미국의 건보 개혁과 관계없이 의료관광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델하이트 대표는 한국이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술 성공사례나 한국 의료 이용 보험상품을 미국 내 보험사와 기업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고, 해당 보험가입자들에게 한국 의료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의료기기 3년 내 한 획..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아시아를 보고 있다"

미국의 건보 개혁은 의료기기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200만명에의 무보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돼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져, 의료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미국 의료기기산업협회(AdvaMed)는 처음에는 특별부과세 부담으로 건보 개혁을 반대했다. 건보 개혁법은 의료기기 산업에 대해 2013년부터 매출의 2.3%에 해당하는 특별세를 부과했고, 앞으로 10년간 200억달러를 거둬들일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의료기기 업계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미국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드트로닉(Medtronic)의 박은성 박사는 "특별부과세로 말미암은 재정부담이 수요확대로 인한 수익을 넘어서리라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초기 재정부담에도 결국은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이미 개혁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것이 중요하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높아졌다는 점에는 업계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미국 의료 시장의 변화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서비스 접근성 증가는 미국 의료기기 수요를 증가시켜 미국 대형 의료기기 업체들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이나 전후방 산업의 아웃소싱, 기술거래, 투자유치 및 라이센싱 기회를 더욱 확대하리라고 기대를 모은다.

박은성 박사는 "분명히 글로벌 아웃소싱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건보 개혁으로) 특히 앞으로 3년 안에 의료기기 산업의 한 획을 그을 변화가 시작될 것이고, 글로벌 기업들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다만 "한국의 의료기기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보지만, 상업화를 염두에 둔 기술개발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술개발의 설계단계부터 최종 상업화를 고려해 이전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건보 개혁 이후 우선은 병원 납품 의료기기 분야에서 아웃 소싱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응급실(ER) 등에 소요되는 장비들, 그리고 IT와 접목된 이미징 제품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건보 개혁법은 국민의 질병예방과 건강관리 증진 프로그램 강화를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미국은 만성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 예방의학과 건강관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로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통 한의학 등을 접목한 건강증진 제품과 웰빙 기능성 식품 등 미국 제품과 차별화된 제품군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미국 진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또 혈압계, 당뇨측정기, 진단기기, 진단시약 등 예방관리 차원에서 소요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수요도 장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독약품(002390)녹십자(006280), 한미약품(008930) 등이 참여하는 금연보조 제품도 미국시장을 노려볼 만 하다.
 
◇용어
▲메디케이드 = 주정부가 운영하고 연방정부가 공동 부담하는 빈곤층 대상 사회복지 프로그램
▲CHIP =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 정부가 보조하는 어린이대상 건강보험 프로그램
▲자기의료보험(Self funded health insurance) = 기업주가 직원 및 직원 가족의 의료비를 직접 지불하는 건강보험. 보험업무관리 대행사(TPA: Third Party Administrator)에 보험 운영을 위탁하는 것이 일반적임. 미국 내 많은 대기업이 의료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자가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음
▲제한적 의료보험(Limited Medical Insurance) = 보험혜택에 제한을 두는 대신 의료보험료를 일반적인 의료보험(Comprehensive Medical Insurance)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추는 의료보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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